[日신예감독 쓰카모토 신야]'총알발레'제작.감독.주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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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일본영화가 한국영화에 위협적으로 보이기도 하는 것은 지금까지 폐쇄된 벽이 주는 신비감 때문 만은 아닐 것이다.

조금만 가까이 다가가 보면 구로사와 아키라, 미조구치 겐지, 오즈 야스지로 등 거장감독들의 전통에 이어 최근 개성강한 작품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젊은 감독들이 눈에 들어온다.

낭만적인 러브스토리와 CF같은 영상으로 여성 관객을 사로잡는 이와이 순지가 있는가 하면 이와는 전혀 다르게 극단적인 폭력미학을 보여준 쓰카모토 신야 감독 (38) 도 있다.

89년 금속으로 변해가는 사나이를 그린 16㎜장편영화 '철의 인간' 으로 세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츠카모토 감독은 95년 '동경의 주먹' 을 만들었고, 최근엔 '총알 발레' 를 완성했다.

'총알 발레' 는 애인이 권총으로 자살한 뒤 총에 매료돼 버린 중산층 남자의 얘기. 직설적이고 역동적인 영상 뒤에 숨은 것은 현대사회의 폭력구조에 대한 감독의 음울한 은유다.

최근 기자와 만난 쓰카모토 감독은 '총알발레' 의 주제를 '철의 인간' '동경의 주먹' 의 연상선 위에 놓았다.

"동경에서 태어나 자란 나에게 사람들이 상자같은 빌딩에서 일하고 컴퓨터로 통신하는 이 도시가 갈수록 낯설고, 또 두렵게 느껴진다" 는 그는 "더이상 몸을 움직일 필요가 없어지고, 사람들은 남의 아픔에 대해서 더이상 생각하지 않는 이런 도시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 고 말했다.

영화와는 달리 천진하고도 소박한 면모의 감독은 "나는 폭력을 좋아하지 않는다.

가끔 매스컴을 통해 접하는 범죄현상에 큰 충격을 받는 편" 이라면서도 "하지만 영화의 표현으로선 폭력이 싫지 않다" 고 말했다.

영화에서 총은 타인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는 상황의 하나의 상징적 설정이라며 주인공이 폭력에 폭력으로 맞서는 반전은 반전은 개인을 압박하는 사회적 억압과 그 억압에 대한 저항을 나타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총알 발레' 를 제작에서부터 각본, 감독, 주연까지 도맡았는데 이유는 "내가 모든 작업과정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 " 하지만 자신의 모든 영화가 다 그렇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14세때 받은 아버지의 선물로 일찌감치 카메라를 만진 그는 고교시절엔 매주 극장엘 드나들며 구로사와 아키라 등 옛날 일본영화를 보았다.

그가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선배로 구로사와 감독을 꼽는 것은 이런 연유. 하지만 "윗 세대는 전쟁.학생운동 등 사회전체적으로 공유되는 테마에 집중한 반면 자신을 포함한 젊은 세대는 공통의 것이 아닌 개인적 테마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다양한 영화가 나오기 시작했다" 고 말하기도 했다.

'총알발레' 의 일본 개봉시기를 내년 초쯤으로 예상하는 그는 "독립영화라 좋은 개봉관을 잡는데 어려움이 있다" 고 토로했다.

'철의 인간' 을 선보인 후 할리우드에서도 제작 제의를 받아 한 때 고민했지만 "돈이 오면 입까지 따라오는게 문제" 라며 웃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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