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남평등' 불황 이겼다…한국화장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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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우리 사장님은 노조위원장에 출마해도 당선될 겁니다. "

10월 '남녀 고용평등의 달' 을 맞아 8일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는 한국화장품 김두환 (金斗煥.58) 사장. 그가 남녀 고용평등에 기여한 공로로 훈장을 받게된 것도 회사 노조 (위원장 文春花.41.여) 와 상급단체인 한국노총의 적극적인 추천 때문일 정도다.

金사장은 전체직원 (8백명) 의 55%가 여성이고, 이중 70%가 기혼여성이라는 회사 특성을 감안, 남녀 고용평등을 앞장서 실천함으로써 동종업계가 연쇄부도 사태를 맞는 최악의 경영여건 속에서 '직원도 살고 회사도 사는' 성공사례를 일궈냈다.

지난 65년 생산부 수습사원으로 입사, 28년만인 93년 사장으로 승진한 金사장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직급 규정을 바꿔 남녀간.학력간 임금격차 줄이기였다.

남녀간 단일직급제를 도입해 보수의 형평을 맞췄고 대졸자의 60% 수준에 머물던 고졸사원 임금을 80%까지 끌어올렸다.

95년엔 세대주가 아닌 여성은 5년 이상 근속한 경우에만 두자녀에 한해 학자금의 절반을 지급했던 장학금 지급규정도 고쳐 남자직원과 같이 3년 이상 근무하면 전액 지급했다.

산전후 휴가제는 근로기준법 규정보다 오히려 강화했다.

근로기준법상 산전.후를 통해 60일 휴가를 주도록 돼 있으나, 金사장은 국.공휴일을 제외한 60일로 변경함으로써 평균 72일까지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확대했다.

유산했을 경우 30일간 유급휴가를 실시하는 것도 이 회사의 특징. 이 회사는 88년 이후 매년 노조파업을 경험했다.

그러나 93년 金사장 체제가 들어선 이후 올해까지 무분규 사업장으로 탈바꿈했다.

평소 여성인력 예찬론자인 金사장은 틈나는 대로 이들과 대화를 하고 봄.가을 야유회와 체육대회때는 꼭 함께 어울려 "직원 있는 곳에 사장 있다" 는 말이 나올 정도. 이 회사는 지난해말 매출부진으로 30%의 유휴인력이 발생했으나 노사합의를 통해 한명도 내보내지 않고 있다.

대신 서울서린동 본사사옥 (25개층) 대부분을 임대하고 35년전 쓰던 군자동 사무실로 이전했다.

이 임대료로 상반기에 지급할 직원 상여금 3백50% 전액을 지급했다.

임금동결도 노조가 먼저 제의했다.

이 회사는 과감한 자구노력과 직원들의 애사심으로 3년연속 누적적자만 1백33억원 (97년 적자 77억원) 이던 경영을 올해는 흑자로 반전시켜 연말까지 20억원의 흑자를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동재.이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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