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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이력추적제, 소비자가 지켜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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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쇠고기를 사기 전에 내 눈으로 직접 모든 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니 정말 믿음이 가네요.” 지난달부터 국내산 쇠고기에 이력추적제가 전면적으로 적용된 후, 소비자들은 이제 믿고 쇠고기를 구입할 수 있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수입육이나 육우를 한우로 속여 팔고 낮은 등급의 쇠고기를 비싸게 판매하는 일부 비양심적인 유통업자들로 인해 많은 피해를 경험한 소비자들은 쇠고기 이력추적제 실시를 더욱 반기고 있다.

쇠고기 이력추적제는 농가에서 소가 태어나면 소 한 마리마다 고유번호(개체식별번호)를 부여해 이동·도축·가공·판매 단계의 정보를 기록 관리함으로써,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전 단계를 추적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 제도의 목적은 가축의 질병, 식중독 등 위생·안전상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경로를 추적해 소비자 피해와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는 데 있다. 무엇보다도 구입하려는 쇠고기가 국내산인지, 수입 쇠고기인지, 한우인지 육우인지, 몇 등급인지, 언제 도축을 했는지 등의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어 소비자들에게는 둔갑 판매를 막고 불신을 종식시킬 수 있는 반가운 제도다. 이제는 쇠고기에 부착된 개체식별번호를 인터넷(www.mtrace.go.kr)이나 휴대전화(6626+인터넷 접속버튼)에 입력해 이력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쇠고기 이력추적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정부, 업계, 소비자 모두의 협력이 필요하다. 먼저 농가, 도축장, 가공장, 식육판매장은 정확한 이력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단계별 이력정보가 맞지 않는다면 이력추적제 본래의 기능을 할 수 없게 되므로 정확한 정보 입력은 필수적이다. 정부와 관련기관은 단계별 이력정보의 정확성을 수시로 모니터링해 그 결과를 공개하면 소비자들에게 더욱 믿음을 주게 될 것이다.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높은 관심은 관련업계 종사자들이 이 제도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인식하도록 유도해 쇠고기 이력추적제를 이른 시일 내에 정착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소비자연맹에는 ‘식육판매장에 들렀더니 개체식별번호가 표시돼 있지 않더라’는 전화가 온다. 또 ‘육우나 수입쇠고기에 한우의 개체식별번호를 붙이고 속여 팔아도 어떻게 알 수 있겠느냐’는 문의전화도 받는다. 식육판매업소는 전국적으로 약 5만여 개나 되고 영세한 업소도 많아서 단시일 내에 이력추적제가 완벽하게 가동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이력추적제로 정보가 공개되면 허위표시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태는 줄어들 수밖에 없어 유통질서는 점차 확립되리라 생각한다.

소비자들을 안심시키고 믿음을 주는 쇠고기 이력추적제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문제점을 찾아 개선·보완해 나가는 우리 모두의 노력과 정성이 요구된다.

신록주 한국소비자연맹 기획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