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상생이 답이다 <상> 중소기업 정보화 수준 낮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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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경제부와 한국전자거래협회 주관으로 이달부터 시행되는 ‘대·중소기업 상생 정보기술(IT) 혁신’ 사업은 대기업과 중소 협력업체의 상생관계를 구축하는 데 의미가 있다.<본지 7월 2일자 e5면> 대기업과 중소 협력업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설계·생산·물류 등 협업이 필요한 분야의 IT 시스템을 구축한다. 삼성전자, 현대·기아자동차, 대우조선해양, IHL, DBI, 삼화전기 등 대기업·중견기업 6곳과 협력업체 200여 곳이 이 사업에 참여하기로 했다. 이달 중 참여 중소기업의 IT 관련 전략을 수립할 ‘IT 혁신단’을 구성해 10월까지 업체 상황에 맞는 전략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계기로 IT를 통한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 시리즈를 3회에 걸쳐 싣는다.

지식경제부는 1일 서울 르네상스호텔에서 기업인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중소기업 상생 IT혁신 사업 발대식’을 했다. 왼쪽부터 김동훈 한국전자거래협회 회장대행, 조윤형 인지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정부석 삼성전자 상무, 김춘석 전자거래진흥원장, 조석 지식경제부 실장, 팽정국 현대·기아자동차 사장, 주현 IHL주식회사 부사장, 이병모 대우조선해양 전무. [한국전자거래협회 제공]


현대자동차는 1차 협력업체와 대금 결제 등을 위한 전산시스템을 2007년 완성했다. 하지만 2, 3, 4차 중소 협력업체들은 자체 전산망을 구비한 곳조차 거의 없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2011년까지 이들 2, 3, 4차 협력업체 96개사에 전산망을 깔아줘 주문부터 결제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는 상생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협력업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아야 상생 지원이 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처럼 중소기업의 정보화 수준은 대기업의 70% 수준에 머물고 있다. 더구나 정보화 추진 전문인력 부족률이 54%에 달하는 등 개선의 여지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아직도 갈 길 먼 정보화=지식경제부와 한국전자거래협회가 주관이 돼 ‘대·중소기업 상생 IT혁신 사업’을 전개하기로 한 것은 중소기업의 정보화 촉진이 상생협력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대기업·중견기업과 중소 협력업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협업이 필요한 분야의 IT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그간 중소기업 지원 차원에서 다양한 정보화 지원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화 지원 기업 수를 늘리는 데 역점을 두는 등 외형적인 성과에 집중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중소기업이 정보화 추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에 대한 검증이 부족한 채 사업이 진행돼 왔다는 얘기다. 특히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중소기업의 투자 의욕이 크게 감소했다. 정보화에 소극적이거나 기존 구축된 시스템도 사후관리가 부족하다. 한국전자거래협회의 홍회진 홍보 담당은 “그동안 대기업은 정부와 여론의 눈치 보기식 상생 사업을 전개하고, 중소기업은 반신반의하며 수동적으로 참여했다”며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참여 주체들의 만족도에 기반한 사업을 펼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영국 통상산업부에서 2004년 실시한 국제비교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의 정보통신 환경과 시스템 구축은 세계적 수준이다. 하지만 정보시스템의 통합, 활용 등은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급증하는 협력사 지원=우리나라 중소 제조기업 11만7000여 곳 중 대기업에 납품하는 기업이 전체의 60%인 7만여 개에 달한다. 그만큼 대기업의 협력과 지원 없이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다.

더구나 세계적 경기 침체로 수요 위축이 심화되면서 대기업의 경영 구조가 악화됐다. 자연스럽게 납품을 하는 중소기업으로 전가돼 2차, 3차 협력업체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올해 1~5월 전국적으로 부도가 난 기업은 727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689개)보다 늘었다. 이에 따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력이 경제위기를 헤쳐나갈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IT 시스템을 활용한 상생 네트워크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주요 대기업의 협력사 지원 규모는 얼마나 될까.

30대 그룹 중 상생협력 전담조직을 운영 중인 그룹은 19개다. 또 전담조직 운영 계열기업 수는 62개사다. 하지만 협력사들은 아직도 해당 대기업의 지원이 부족하다고 호소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8∼10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대 그룹은 약 2조1798억원, 30대 그룹은 약 2조3484억원을 상생협력 사업 지원에 썼다. 이는 전년도에 비해 25% 안팎 늘어난 것이다. 2005년에 비해서는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같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지원금은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기술 인력 지원은 부진한 실정이다. 2005년의 경우 기술개발·인력교류지원은 48.3%였으나 지난해에는 20.8%까지 내려갔다. 전경련 관계자는 “10대 그룹일수록 글로벌 경쟁 압력이 상대적으로 높다”며 “따라서 협력업체의 역량 강화를 기반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상생협력 차원의 경영전략이 절실하다”고 분석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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