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무장간첩 침투목적·남북관계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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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2일 북한 무장간첩 시신이 발견되자 정부당국은 일단 군사적 부문으로 국한해 대응하고 있다.

어차피 북한의 군사적 도발은 예상했던 일인 만큼 우선 정확한 진상을 파악한 뒤 확실한 정황판단 위에서 대응해 가자는 것이다.

그러나 한켠으로는 햇볕론으로 대표되는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여론이 고조될 것에 신경을 쓰고 있다.

이에 따라 청와대와 통일부.국방부 등 관련부처는 잇따라 대책회의를 갖고 북한의 추가도발이 대북 햇볕정책에 미칠 영향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

청와대는 그럼에도 대북 햇볕정책에는 변화가 있을 수 없다는 확고한 입장이다.

여전히 일과성.군작전상의 '침투도발' 일 것이란 견해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들은 무엇보다 이번 사건이 우리 정부가 지난달 22일 발생한 잠수정 사건을 조기에 매듭짓고 잇따라 유화책을 내놓고 있는 시점에 터진 데 대해 주목하고 있다.

북한이 아직 우리의 햇볕정책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태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지만 이렇게 또 다른 강공으로 나온 것은 아무래도 의외라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이종찬 (李鍾贊) 안기부장이 지난 9일 열린 안보관계장관회의에서 "북한은 햇볕정책을 체제와해 전략으로 간주하고 있다" 고 밝힌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그렇다고는 해도 이렇게 서두르는 이면을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관련, 이런 북한군의 강공을 복잡한 북한 내부사정에서 찾으려는 견해도 있다.

사실 북한은 지금 내부적으로 주요한 정치일정을 앞두고 있다.

오는 26일에는 김일성 (金日成) 사망이후 처음으로 최고인민회의 (국회) 선거가 실시된다. 8월초 첫 회의에서 총리와 인민무력부장을 비롯한 주요직책의 인선이 결정된다.

정권수립 50주년인 9월9일을 전후해서는 김정일의 국가주석 취임이 점쳐지고 있다.

이런 즈음에서 더 이상의 남북관계 진전은 북한체제의 내부단속에 이로울 것이 없을 것으로 북한당국은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잠수정 사건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햇볕정책이 변하지 않고 있는 마당에 발생한 추가도발만큼 정부와 국민을 이간시키기 좋은 소재는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정부의 기본적인 대북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겠지만 현대그룹의 금강산 개발이나 대북지원을 비롯한 구체적인 현안들은 다소 지연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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