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준장·소장·중장은 군사정부 때 큰 사람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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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은 19일 북한 경비정의 NLL 침범 사태와 관련해 북한이 아닌 군에 대해 흥분했다. 군이 남북 함정 간의 교신을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문책을 요구했다.

이날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과 대통령에게 정확히 보고했는지에 대한 조사가 미흡하다"며 추가 조사를 지시한 것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에서 군 지도부를 과거 군사정권과 관련지어 폄하하는 주장이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래서 군에 대한 문책 강도가 강해질 걸로 보는 시각이 우세해졌다. "여권이 이번 사건을 군 물갈이 기회로 활용해 군을 휘어잡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군의 반발과 사기 저하를 우려하는 쪽도 있었다. 한나라당은 "북한이 중국 배라고 거짓말한 게 더 큰 문제"라며 군을 감싸는 입장을 보였다.

열린우리당 김희선 의원은 이날 상임중앙위원회에서 "군이 군 통수권자에게 정보를 감춘 것은 대통령의 지도력을 인정하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라며 "국방부 장관 문책 얘기도 있지만 그 차원에서 그칠 문제가 아니며, 강경한 대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 군부의 준장.소장.중장들은 과거 군사정부 시절 중령.대령을 거치며 커온 사람들"이라고 했다.

김현미 대변인은 "허위 보고 문제도 심각하지만 남북 평화체제를 가볍게 보고 허술하게 처리한 군 당국의 의식에 대해 매우 심각한 접근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경.한명숙 중앙위원도 강력한 대응을 주장하면서 국방위.정보위를 소집하자고 했다.

여당이 '군 문책론'을 강하게 제기하는 것은 대통령에 대한 보고 누락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여권 일부 인사 사이에서 "군이 대통령을 우습게 아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뿐 아니라 여권은 보고 누락이 남북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분위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당초 합참 발표대로 남북 핫라인이 가동되지 않았다면 남북 장성급 회담의 합의가 소용없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가동됐다는 중요한 사실을 대통령에게 알리지 않은 것은 남북관계를 위협할 수도 있는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군의 허위 보고가 남북 간 합의를 무력화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분명히 가려내야 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북한이 송신을 통해 거짓말했다고 비난하며 해군의 대응은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북한이 NLL을 침범하고서도 남북 핫라인을 통해 거짓말했는데 이는 중대한 문제"라며 "정부는 북한에 엄중 항의하고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배용수 수석부대변인도 "북한의 주장만 갖고 군의 허위 보고 쪽으로만 몰고간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회의 결과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민주당 장전형 대변인은 "보고 여부는 지엽적 문제며 국민은 외교.안보 .국방 라인에 총체적 불안감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정욱.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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