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복사기 대명사 제록스, 프린터 시장에 도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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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미국의 제록스사는 앞으로 닥칠 디지털 시대에 '종이 없는 사무실' 이 실현되면 주력 제품인 복사기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걱정해 왔다. 하지만 컴퓨터와 네트워크의 확산은 오히려 종이 소비를 늘리고 있다.

미국의 종이 소비는 연간 20%씩 증가하고 있다. 제록스의 고민은 기업.개인들이 복사기보다는 프린터용으로 종이를 점점 더 많이 쓰는 추세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제록스는 과거의 전략을 바꿔 프린트에다 스캔 (인식) 기능까지 갖춘 첨단 디지털 복사기를 개발했다. 이 장비는 기존 복사기보다 더 빠르고 값쌀 뿐만 아니라 컴퓨터와 연결해 네트워크 프린터로 쓸 수도 있다.

제록스는 또 독자적인 프린터 생산라인을 갖춰 프린터 업계의 강자인 휴렛 팩커드 (HP)에 도전하고 있다. 미 정보.영상경영연합회 (AIIM)에 따르면 연간 기준으로 미 기업들의 매출이 1억달러 늘어날 때마다 8백80만장의 종이가 더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록스가 이런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지난 수년간 연평균 두자리 숫자를 기록한 순이익증가율과 주가상승률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또 복사기가 계속 프린터에 잠식된다면 수익성이 높은 토너 카트리지 (복사.인쇄에 쓰이는 현상액이 든 카세트형 용기) 사업도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제록스가 프린터 분야를 잡기 위해서는 과거의 실패에서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 제록스는 마우스와 윈도형태의 소프트웨어.레이저 프린터를 맨 처음 개발했지만 이것들을 상품화하지 못했다.

또한 제록스의 기술진들은 고속 복사기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것을 알고 있지만 컴퓨터 네트워크쪽은 취약하다. 제록스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최근 네트워크의 운영.유지.보수를 담당하는 컴퓨터 서비스업체인 XL커넥트 솔루션스사를 4억1천5백만달러에 인수했다.

지난달에는 종업원 9천명을 줄이겠다고 발표하는 등 구조 조정에 돌입했다.이와 함께 새로운 프린터 겸용 디지털복사기의 판매 촉진을 위해 각종 미디어에 대대적 광고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에 대해 HP측은 제록스의 프린터 시장점유율이 낮아 크게 걱정하지 않는 눈치다. HP는 또 스캐너가 달린 프린터에 네트워크 복사기가 결합된 '모피어' 라는 이름의 다기능 장비를 내놓고 제록스의 디지털 복사기와 한판 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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