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묘수가 다가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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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면

<결승2국> ○·이세돌 9단(1승) ●·쿵제 7단(1패)

제8보(58~63)=58 따내고 59 잇자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백은 분명 ‘공격 중’이다. 그러나 허리가 잘린 백 5점이 살기 급급한 마당에 무슨 공격이 먹힐까. 처음엔 짙은 의구심으로 판을 지켜보던 젊은 기사들이 백 60을 보며 아하! 하고 머리를 친다. 승부처다. 살기를 품은 백의 비수가 어둠 깊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구경꾼들도 직감하고 있다. 드디어 구경하던 프로들이 흑의 ‘살길’을 찾아냈다. 바로 ‘참고도1’ 흑1로 뻗는 수. 백은 2, 4로 살 수밖에 없고 이때 5로 지켜둔다. A가 선수인 만큼 흑은 상하가 연결된 것과 같다. 이 그림의 답은 간단하다. “백이 망했다”는 것이다(국후 이 지적에 대해 이세돌 9단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는 노타임으로 ‘참고도2’ 백2로 막는 수를 제시했고 쿵제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백은 살지도 않지만 넘겨주지도 않는다는 것. 4의 선수가 기분 좋고 6~10까지 외곽을 봉쇄하면 흑 전체의 사활이 은근히 위태롭다는 것. 흑 대마는 백 5점을 잡고도 매화육궁(梅花六宮)이란 죽음의 궁도에 걸려들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당시 검토실의 분위기는 영 달랐다. 쿵제 7단이 61로 곧장 잡으러 가자 “위기에 눈 감은 멍한 수”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백엔 어떤 묘수가 있어서 이 난리였을까.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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