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기지 이전' 감사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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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외교 현안에 대한 국회의 감사원 감사청구권이 처음으로 발의된다. 주한미군 용산기지 이전에 따른 비용과 한.미 간의 합의 내용 등이 감사 대상이다. 열린우리당.한나라당.민주노동당 등 여야 3당 의원들의 공동 발의다.

본지는 여야 3당이 마련, 20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인 '주한미군 용산기지 이전에 대한 감사청구안'을 단독 입수했다. 대표 발의 의원은 열린우리당 정장선, 한나라당 권오을,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며 16일 현재 50여명의 의원이 서명했다. 여야는 9월 정기국회에서 감사청구안을 처리할 예정이나 3당 공동 발의란 점에서 통과가 확실시된다.

지난해 2월 국회법 개정을 통해 신설된 국회의 감사청구안이 통과되면 감사원은 즉시 감사에 착수, 3개월 내에 결과를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

용산기지 이전 관련 감사의 경우 국회가 이전 동의안에 대한 비준권을 갖고 있어 감사원 감사 결과가 동의안 통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3당 관계자들은 밝혔다. 감사청구안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 간의 이전비용 분담이 적절한지▶국방부가 추산한 이전비용(약 30억달러)이 합리적인지▶1990년대 초반 한.미 간 최초 접촉시 불평등한 합의가 있었는지 등이 주요 감사 내용으로 잡혀 있다.

정장선 의원은 "용산기지 이전을 둘러싼 많은 논란에 대해 정확한 사실 확인이 이뤄진 뒤 비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여야 의원들 사이에 형성돼 있다"며 "한.미관계도 감안, 국회의 요청에 의한 감사원 감사가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 자체를 반대하거나 반미 여론에 영향을 받은 감사 청구가 아님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관계자는 "국회의 이번 감사 청구는 주한미군 이전과 관련한 한.미 양국 간의 협상에서 국회가 초당적으로 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발의 날짜를 20일로 잡은 것도 22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회의 이전에 국회의 입장을 밝혀둔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전윤철 감사원장은 지난해 11월 인사청문회에 출석, 용산기지 이전에 대한 감사 의지를 묻는 질문을 받고 "고도의 극비사항이 아닌 한 검토하겠다. 감사엔 성역이 없다"고 답한 바 있다.

김정욱기자

[뉴스 분석] 정치.외교 현안에 첫 감사 청구…국정 감시 새 실험

선진국의 경우 감사원은 보통 입법부에 속해 있다. 행정부에 속한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뿐이다. 그래서 국회가 국정 운영과 관련된 자료를 획득하기 위한 수단으로 국회의 감사 청구 제도가 지난해 신설됐다. 지금까지 두차례의 감사 청구가 있었지만 회계 결산 및 기금사업에 대한 단순 감사 청구였다. 그러나 이번 용산기지 이전 감사 청구는 정치.외교 현안에 대한 첫번째 감사 청구란 점에서 17대 국회의 국정 감시 방향을 예고하는 측면도 있다.

특히 용산기지 이전 비용은 감사원의 전문적 검증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3당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이전 비용이 30억달러 수준(약 3조6000억원)이라는 국방부 주장에 대해 국민 부담이 10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보도까지 나온 상태이기 때문이다.

또 현 정부 들어 진행된 한.미 협상의 진전 상황도 살펴볼 수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열린우리당 정장선 의원은 "감사청구권은 전문성이 부족하거나 정보 접근이 쉽지 않은 분야에서 국회가 활용할 수 있는 아주 적절한 제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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