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박종철 사건 조직적 은폐·조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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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7일 “정부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조작한 사실을 확인하고 국가가 피해자 유족에게 사과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1987년 1월 13일 당시 서울대 언어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던 박종철씨가 경찰 고문으로 숨지자 정부가 장세동 국가안전기획부장, 김성기 법무부 장관, 서동권 검찰총장 등으로 구성된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두 차례 이상 열었다. 대책회의는 박씨를 고문한 치안본부(현 경찰청)에 이 사건 수사를 맡겼다. 정부 기관들이 조직적으로 박씨 치사 사건을 은폐·조작하려 했다는 것이다. 진실화해위 관계자는 “당시 정부 관계자들의 증언과 각종 자료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진실화해위는 또 “검찰이 직접 수사에 착수, 시신 부검을 통해 ‘고문으로 인한 사망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정부의 압력에 굴복해 수사를 경찰에 이관했고, 공범이 3명 더 있음을 알고도 수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씨 사망으로 치안본부장(현 경찰청장)이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혐의로 구속됐다. 그러나 유족은 지위가 더 높은 정부 관계자들이 조직적으로 사건을 조작하려 한 점이 해명되지 않았다며 진실화해위에 진상 규명을 신청했었다.

이정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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