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잔인한 4월' 한국영화 줄줄이 참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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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4월은 역시 잔인했다." 3, 4월이 비수기라 하나 예년에 비해 '처참하게' 썰렁한 극장을 보며 영화 관계자들이 되뇌고 있는 말이다.

흥행이 안되기는 한국영화, 외화 구분도 없다.그러나 역시 타격은 한국영화가 훨씬 더많이 받고 있다.

먼저 제작사가 중도에 바뀌는등 우여곡절 끝에 개봉된 '남자이야기' 는 주목도 못받고 조만간 간판을 내려야 할 처지다. 최민수의 약효도 소용없었다.

'투캅스3' 도 주말을 두번이나 넘겼지만 이제 겨우 5만명이 들었다. 전작들이 서울에서만 70~80만을 기록했던 걸 감안하면 흥행이 영 부진한 상태다.

'강원도의 힘' 은 대중적인 작품이 아닌 점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안 드는' 수준. 2.3월에 개봉된 '이방인' '바이준' 도 1, 2만명에 지나지 않아 올들어 개봉된 한국영화들은 줄줄이 참패를 당한 셈이다. 외화도 사정은 마찬가지. 지난 주말 서울에서는 '선체이서' '로드 투 웰빌' '워킹 앤 토킹' 등 3편이 개봉됐다.

그러나 황금시간대에도 좌석이 남아돌 만큼 기대이하였다. 모 영화사 관계자는 "1회 관객들에게 선착순으로 주려고 마련한 포스터가 3회까지 남아 있었다" 며 씁쓸해했다.

그래도 관객이 드는 건 '타이타닉' 과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외화 두편. 개봉이후 두 달간 '타이타닉' 을 보고 간 관객은 140만이 넘는다.'이보다 더…' 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

남.여 주연상을 휩쓴 이후 관객이 50%가량 늘어 현재 30만명을 기록하고 있다. 한 극장관계자는 "3, 4월은 야외활동이 늘어나는 데다 각 대학이 중간고사 시즌이었다" 면서도 "그러나 올해엔 IMF라는 변수때문에 불황이 장기화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주말엔 한국 영화 '조용한 가족' 등 3편이 개봉되고, 5월 1~2일에는 무려 8편이 새로 극장에 내걸린다. 따라서 5월이 올해 극장가의 흥행여부를 점칠 바로미터가 될 것 같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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