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린 GM대우, 이제부터는 ‘현금 싸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뉴스 분석  미국 GM의 파산보호 신청 뒤 ‘뉴GM’에 편입된 GM대우는 한숨을 돌렸지만 앞으론 본격적인 ‘현금 고갈’ 문제와 싸워야 할 입장이다. 미 본사는 파산보호 결정까지 두석 달간 판매 감소의 고비만 넘기면 되지만 GM대우는 주채권단인 한국산업은행의 지원이 없으면 당장 돈 걱정을 해야 할 판이다. 본사로부터 금융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마당에 협력업체에 대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GM대우는 우선 산업은행의 지원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산업은행은 GM대우 지분의 28%를 소유하고 있다.

GM대우의 마이클 그리말디 사장은 “긴급한 유동성 확보와 장기적인 투자를 위해 자금이 필요해 산은과 협의 중”이라며 “지원 조건 등 협상 내용에 대해서는 밝힐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GM대우는 환헤지 금융상품 만기대금 결제가 가장 시급하다. 이 회사는 매출액의 90%가 수출대금이라 환율 변동 폭을 최소화하기 위해 환헤지를 많이 하고 있다. 당장 5, 6월 만기가 돌아온 9000억원의 환헤지 대금은 절반인 4500억원을 석 달간 연장받았다. 8, 9월에는 연장 받은 돈을 다 갚거나 재연장해야 한다. 이 기간 중 약 5000억원의 또 다른 환헤지 만기물도 있다. 앞으로 석 달 동안 1조원의 현금이 필요한 셈이다. 그러나 회사 측은 한 달 평균 매출이 약 1조원이라 이런 자금 조달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원만한 수출 대금 회수도 숙제다. 현재 글로벌 GM 수출망을 통한 외상 매출 채권이 약 8000억원 있지만 제때 결제대금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리말디 사장은 “외상매출 채권은 거래 계약서대로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미 법원에서 승인돼 돈을 받는 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GM대우는 또 국내 판매망인 대우자판과 지난달부터 당일 현금거래를 하고 있다.

여기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자동차 판매가 부진하면 GM대우의 독자 생존 가능성은 그만큼 희박해진다. 생산량의 90% 이상을 수출에 의존하지만 자체 수출망이 없는 생산기지 형태라 글로벌 자동차 수요 회복이 생존의 관건이다.

전미자동차노조(UAW)의 반발 파장도 GM대우로서는 만만찮다. UAW는 미국 내 공장의 차 생산량을 늘려 달라는 요구다. GM은 이를 수용해 지난달 29일 휴업 중인 미국 내 공장에서 내년부터 연간 16만 대의 소형차 시보레 크루즈(국내명 라세티 프리미어)를 생산하기로 했다. 이 차는 GM대우가 군산공장에서 생산해 올해 말부터 미국에 수출하기로 돼 있었다. 따라서 이 계획은 변경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 때문에 GM대우는 연간 10만 대의 생산량 감소가 불가피하다.

GM대우에 온통 악재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 본사가 파산보호를 신청한 뒤 살아남은 시보레·뷰익 소형차 생산은 상하이GM과 함께 대부분 GM대우가 맡는다. 예상보다 빠르게 자동차 수요가 회복될 경우 GM대우의 수출 등이 활기를 되찾을 수도 있다. 세계적으로 연비가 좋은 소형차가 잘 팔리는 상황에서 글로벌 경차로 개발한 마티즈 후속 모델의 미국 수출도 앞당겨질 전망이다. 그리말디 사장은 구조조정과 관련, “내수는 물론 유럽시장 수요 등이 완만하게나마 회복 중”이라며 “정규직에 대한 인력 감축이나 조직 개편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진·이승녕 기자

▒바로잡습니다▒

‘대우자판으로부터 받을 수천억원도 회수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은 대우자판 측이 지급이 밀렸던 2200억원대의 거래대금을 3월 말 GM대우에 모두 갚은 것으로 밝혀져 바로잡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