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비효율을 진단한다]5.산하 사업소…직원 4,034명에 전문직 2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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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1천만 서울시민의 수돗물 공급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시상수도사업본부. 수도 보급율 1백%를 자랑하지만 경영합리화 정도를 나타내는 유수율 (有收率.소비자의 실제 수도물 사용량이 전체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 은 65%에 머물고 있다.

선진 외국의 85~95%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으로 누수량 감소를 통해 끌어올려야 할 부분이다.

수도.정수 등 23개 사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상수도사업본부의 96년 적자는 1천2백79억원. 공공요금인 수도료 인상이 어려운 현실에서 경영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누수로 생기는 손실액을 줄이는등 원가를 줄여나가야 하나 현재와 같은 조직으로서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22개 사업소의 소장 가운데 9명이 정년을 1~2년 앞두고 있는 등 '시간때우기' 식 근무를 하고있어 책임경영을 운운할 조직 분위기가 아니다.

나머지 소장들도 상수도 운영에 관한 전문성이 갖춰지기도 전에 다른 부서로 옮겨가는 일이 많아 업무의 지속성을 살리기가 힘들고 책임소재도 불분명하다.그나마 전 사업소를 통틀어 전문직도 고작 2명뿐이다.

사업본부 한 직원은 "장기근속 기술직과 기능직 공무원들 대부분이 업무의욕이 떨어지는등 매너리즘에 빠져 있다" 고 말했다.한 예로 뚝도 정수장의 경우 93년 직원 1백26명이 80만t을 생산했다.

그러나 96년엔 1백41명이 83만t을 생산해내 노동생산성이 오히려 뒤걸음질 쳤다.또다른 사업소인 동부.은평.아동.서대문 등 시 직영 4개 시립병원도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기대하기엔 미흡한 실정. 시립 동부병원은 저소득 의료보험 환자 중심으로 진료를 하고 있으나 지난해 의료보험 환자 입원률은 28.4%에 그쳤고 지난해 적자만도 47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병원운영의 비효율성이 두드러진 분야는 인력관리 부문. 시정개발연구원의 지난해 연구결과에 따르면 동부병원의 경우 환자 1백명당 의사가 27.3명, 간호인력이 54명으로 비슷한 규모의 일반병원 17.5명과 38.4명에 비해 매우 높다.

하지만 전공의는 정원 33명에 근무인원은 15명에 불과하다.이는 시립병원의 낮은 보수수준과 관료주의적 운영으로 우수한 의료진 확보가 어렵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

서울시립대 이상범 (李湘範) 교수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시 직영 병원들이 공공성과 효율성 모두 문제가 있다" 며 "공사 (公社) 화등 기능.운영등에 획기적인 개선이 있어야 한다" 고 말했다.

이밖에 서울대공원.농촌지도소.차량정비사업소등 대부분의 사업소도 매년 큰폭의 적자를 내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한양대 지방자치연구소 최길수 (崔吉洙) 연구원은 "사업소의 공공성을 감안하더라도 경영효율성이 너무 떨어지는 경우에는 완전 민영화나 제3섹터 방안등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고 주문했다.

김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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