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비엔제이 장희영, 신동에게 비누방울 준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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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 김신영의 심심타파’ 고정 멤버가 됐을 때, 너무 감사한 마음에 저희 문구점에 있는 피카츄 딱지와 아기자기한 볼펜을 가지고 갔어요. 슈퍼주니어 신동한테는 비누방울을, 신영 언니한테는 호루라기를 2AM 창민이한테는 팽이를 줬어요.”

데뷔 5년차 여성그룹 ‘가비엔제이’의 둘째, 장희영은 라디오 고정 멤버가 됐을 때가 떠오르는지 금세 아기처럼 해맑게 웃는다. 어머니가 운영하는 문구점을 털어 피카츄 딱지와 팽이, 호루라기, 비누방울을 들고 방송국에 가다니 상상만으로도 재미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이야기를 이어간다. 오히려 선물을 받고 방송국 사람들이 얼마나 좋아했는지 아느냐며 되묻는다. 특별히 김신영에게 호루라기를 선물한 이유가 있냐고 물으니 무표정한 얼굴로 답한다.

“신영 언니 살 빼라고요.”

“예능 프로그램 출연했다 혼만 났어요”

장희영이 속한 ‘가비엔제이’는 올해로 데뷔 5년을 맞았다. 하지만 ‘가비엔제이’의 이름을 듣고 바로 이들의 얼굴을 떠올리는 사람은 여전히 적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들을 '노래 잘하는 여성 그룹' 정도로 알고 있다. 가수가 노래 잘하면 된 것 아닌가 싶지만, 이들에게도 고민이 있다. 음악만으로 팬들과 소통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걸 느낀 것이다. 그래서 지난해 3집을 낸 뒤, ‘가비엔제이’는 그 어느 때보다 바쁘게 활동했다. 특히, 둘째 장희영은 TV 노래 프로그램 고정 게스트와 라디오 고정 멤버로 일주일에 2번씩 팬들과 만났다. 막내 노시현과 함께 처음으로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예능 프로그램이 재미있었냐고 묻자, 장희영은 손사래를 친다.

“예능 프로그램에 나갔다 혼이 났어요. 예능을 한 번도 안 해본 상태에서 갑자기 딱 출연하니까 말도 못하겠고…. 계속 출연할 기회를 안 주시더라고요. 무서웠어요.”

카메라 빨간 불 보란 말에 비상구 쳐다봐

‘가비엔제이’도 처음부터 ‘얼굴 없는 가수’를 의도하진 않았다. 장희영은 데뷔 초, 무대 공포증 때문에 예능 프로그램 출연은 어려울 거라 생각했고 당시 소속사 대표도 같은 생각이었다. 이 때문에 적극적으로 방송 출연을 하지 않게 된 것은 물론, 자신들의 뮤직비디오에 얼굴 한 컷 내밀지 않았다. 이후 지금까지 ‘가비엔제이’의 뮤직비디오에는 멤버들이 나오지 않는다. 그야말로 ‘얼굴 없는 가수’로 굳어진 것이다.

장희영은 여전히 카메라가 어색하다. 정확히 말해 어떻게 카메라를 봐야 할지 모른다.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카메라 감독은 카메라 위에 있는 빨간 불을 보면 된다고 알려줬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비상구의 빨간 불빛과 다른 인기 그룹 팬들이 흔드는 빨간 풍선을 향했다.

“활기찬 ‘소녀시대’ 보면 부러워요”
여기에 데뷔 초부터 슬픈 발라드를 주로 부르다 보니, 시끌벅적하게 떠들며 한바탕 웃는 게 어색하다. 특히 방송 전, 대기실에서는 충분히 감정을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에 멤버들끼리 거의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그 때문에 종종 멤버들끼리 싸운 것 아니냐는 오해도 받는다.

“대기실에서도 진짜 소녀 3명이면 진짜 막 까르르 이렇게 웃어야 되는데, 노래하기 전에 들떠 있으면 안 되니까…. 한 달 전인가 소녀시대가 너무 부러웠어요. ‘Gee’라는 노래 자체가 그렇지만 너무너무 활기차 보이고 반면 저희는 ‘울컥’이라는 노래가 있었는데 계속 울컥해야 되니까.”

스스로 예능감이 전혀 없다고 말하는 장희영이지만 그녀와 5분이라도 얘기해 본 이들이라면 장희영에게서 넘치는 예능 감각을 발견할 수 있다. 때론 엉뚱하고 때론 순수한 게 장희영의 매력이다. KBS 2TV ‘대결 노래가 좋다’의 초대 MC였던 개그맨 남희석도 장희영의 끼를 발견한 사람 중 한 명이다. 남희석은 장희영에게 예능에 나가면 가수 박화요비를 능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단다. 하지만 그 말을 전하면서도 장희영은 다른 사람 얘기인 듯 고개를 젓는다.

“대선배 장혜진과의 작업, 떨린다”

최근, 장희영은 ‘가비엔제이’ 이름을 잠시 내려놓고 선배 가수 장혜진과의 프로젝트 싱
글 앨범을 준비해왔다. 장혜진이라는 대선배와의 작업에 그저 떨린다던 그녀는 막상 녹음에 들어가자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 가창력으로는 내로라 하는 선후배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은 곡 '영원토록'은 영화 '트와일라잇'의 홍보용 뮤직비디오에 사용될 예정이다.

아직도 TV 속 자신의 모습이 어색하지만 장희영은 앞으로 조금 더 용기를 내 볼 생각이다. 남들보다 속도는 조금 느리더라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부딪혀보려고 한다. ‘가비엔제이’ 장희영의 숨은 매력 찾기는 이제 시작이다.

마음을 울리는 ‘가비엔제이’ 장희영의 가창력과 그녀의 가족 이야기 등 장희영의 진솔한 모습은 아래 영상(TV 중앙일보)에서 만날 수 있다. (사진제공:워너뮤직)

글: 뉴스방송팀 송정 작가
영상: 뉴스방송팀 이수진·강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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