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신과 진화에 관한 101가지 질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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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진화에 관한 101가지 질문
원제 Responses to 101 Questions
on God and Evolution
존 호트 지음, 신재식 옮김, 지성사, 236쪽, 1만원

기독교에 가장 위협적인 ‘적’은 무엇일까.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라고 비판한 마르크스도, “인간은 무의식의 산물”이라고 말한 프로이트도 아니다. 바로 진화론을 창시한 다윈이다. 그는 만물은 신이 창조했다는 기독교의 믿음을 180도 뒤집었다. 자연과 우주의 비밀을 속속 벗겨낸 현대과학도 기독교와 큰 갈등을 일으켰다.

신과 진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두 단어가 ‘공존’을 모색하고 있다. 보수적인 기독교인에게 진화는 아직도 불경스러운 개념이지만 서구 신학계에선 요즘 그 둘의 접점을 찾는 연구가 활발하다. 『신과 진화에 관한 101가지 질문』은 이런 ‘진화론적 신학’의 ABC를 알려준다.

제목에서 눈치챌 수 있듯 신간은 어려운 이론서가 아니다. 신과 진화를 둘러싼 최근의 논의를 알기 쉽게 간추린 입문서다. 신을 믿는다는 좁은 의미를 종교를 넘어서 인간과 자연, 우주를 이해한다는 넓은 의미의 종교를 둘러보기에 적합하다.

신간의 핵심을 무리하게 간추리면 “진화는 아름다움의 극대화며 신에 대한 이미지를 더욱 충실하게 보여주는 증거”다. 진화를 통해 다양하게 변모해가는 생물계가 신의 섭리라는 것. 이런 측면에서 저자는 진화는 신앙의 장애가 아니라 신앙의 의미를 정교하게 다듬는 ‘틀’이라고 말한다. 세상의 모든 생명체는 거미줄처럼 엮여 있으며, 또 새롭고 다양한 형태로 나아간다고 강조한다. 우주 전체를 연기(緣起)로 파악하는 불교적 생명관과 상통하는 대목이다.

저자는 선악의 개념도 새롭게 정의한다. 선은 다양성이요, 악은 단조로움이다. 또 종(種) 다양성을 해치는 환경파괴를 인류의 ‘경계 대상 1호’로 꼽는다. “진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우리를 이전보다 생태학적으로 보다 민감하게 만들 뿐 아니라 윤리적 삶을 위한 튼튼한 태도를 제공한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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