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 증시 주가지수 상승행진…건실한 경제력 뒷받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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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아시아 경제가 금융위기로 죽을 쑤는 가운데 지구 반대편의 미국.유럽증시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아시아 금융위기 속에서 서방 각국의 증시가 활황을 누리고 있는 배경과 향후 전망을 살펴본다.

세계 금융의 심장부로 일컬어지는 뉴욕증시의 주가지수는 지난달 25~27일 사흘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달 27일에는 다우존스 공업평균지수가 사상 최초로 8천5백선을 돌파했다.

지난해 22.6%의 상승률을 보인 다우지수는 지난달 8.1% 올라 월간상승률이 지난 96년 11월 (8.2%)에 이어 두번째로 높았다.

뉴욕증시의 활황은 유례없는 경기호황에 뿌리를 두고 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 (GDP) 성장률은 3.8%로 9년만에 최고수준이었다.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4분기 1.4%에 그쳤고 지난 1월 물가상승률은 0%를 나타냈다.

30년만에 50억~1백억달러의 재정흑자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커다란 호재다.

더욱이 아시아 금융위기로 인해 국제 유동자금이 아시아.중남미시장을 기피하고 있는 것도 한몫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연초까지만 해도 뉴욕증시에서는 아시아 금융위기로 미국경제의 성장이 둔화되고 무역적자가 확대된다는 의견이 많아 연말 다우지수를 7천대까지 예측하는 곳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낙관론이 힘을 얻으면서 올해 1만선 돌파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불안요인도 적지 않다.

특히 아시아 금융위기로 인해 미국의 수출이 줄고 기업 수익성이 악화될 조짐이 나타날 경우 주가상승세는 벽에 부닥칠 것으로 보인다.

영국.독일.프랑스 등 유럽증시도 지난달 중순 이후 뉴욕증시와 동반상승세를 보이면서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증시의 DAX지수는 지난달 25~26일 연 이틀 최고치 행진을 벌였다.

또 런던증시의 FT100지수는 지난달 27일 5, 767.3을 기록해 25일에 이어 다시 사상최고치를 뛰어넘었다.

이같은 고공행진은 파리증시의 CAC40지수 (27일 3, 421.92) 나 스위스.네덜란드.스페인도 마찬가지. 유럽증시의 오름세 역시 튼튼한 경제체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독일경제는 지난 90년 통독 (統獨) 이래 가장 뚜렷한 호전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수출이 무려 12.5%나 늘어나자 경제전문가들은 올해 GDP성장률을 3%대로 높여 잡고 있다.

내수가 다소 가라앉았지만 수출이 잘되면서 기업실적이 호전되고 물가는 연 1.1%로 최근 10년 새 가장 낮은 수준이다.

때문에 금리가 올라갈 가능성이 거의 없어 돈이 주식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문제는 지난 1월중 실업률이 사상 최고인 12.6%를 기록해 기업실적 호전이 가계소비 증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프랑스 및 영국 경제는 올해 2%를 조금 넘는 인플레에다 약 2.5~3%의 성장률이 기대되고 있다.

다만 영국의 경우에는 주가상승세가 한계에 부닥친 것이 아니냐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무역적자 기조가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 데다 올해 성장률도 당초 예상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김형기·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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