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움직임]당진로 분수령 공감, 표이탈 큰걱정 안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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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7일 영수회담에 임하면서 한나라당은 여당보다 야당을 더 비판하는 여론을 의식해 빨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을 모색했다.

일단 회담결과 표결처리가 다음달 2일로 잡히자 당의 숨통이 터졌다는 표정이다.

회담이후 당은 국회표결에서 JP거부를 관철시킬 투표방식에 모든 촉각을 모았다.

지도부나 의원들은 대선이후 모처럼 단결을 이룬만큼 이 결속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을 절실히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여서 대다수 의원들은 혹시 JP찬성이 나올지도 모르는 무기명 비밀투표보다 '표결참석 기권표 처리' 로 부결시키는 방안을 지지하고 있다.

이탈표에 대한 우려도 별로 않는 표정이다.

당이 JP거부를 이뤄내면 다음달 10일로 예정된 전당대회, 총재경선을 할 것이냐의 문제, 여권의 정계개편의지에 대처하는 방안 등에 상당한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당론이 관철되면 조순총재 - 이한동 (李漢東) 대표의 현지도부는 어느 정도 지도력을 갖추게 되고, 반면 총재경선론은 세를 잃을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46곳 조직책의 미정 등 당의 실무적 사정도 있어 전당대회는 연기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그렇게 되면 적어도 6월 지방선거까지는 趙총재가 총재직을 유지할 여지가 넓어지는 것이다.

당은 JP문제뿐만 아니라 김대중대통령이 사실상 의원빼내기를 하지 않고 야당과 대화를 많이 하겠다고 언명한 것도 소득이라고 판단한다.

나중에 야당의원에 대한 압력이나 회유가 있을 때 대통령의 이 말을 무기로 맞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일단 회담결과를 수용하는 분위기는 이날 오후 당사에서 열린 의원간담회에서도 잘 나타났다.

당론관철에 대한 지도부의 의지를 믿는듯 회담결과를 따지고 지도부의 대책을 추궁하는 발언이나 질문은 하나도 없었다.

김재천 (金在千) 부총무는 "표결이 있을 2일엔 의총 등 여러 일들이 많을테니 일찍부터 대기해 달라" 고 부탁했다.

한편 회담에 앞서 당지도부는 의견을 수렴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李대표.서청원 (徐淸源) 총장과 김윤환 (金潤煥).이기택 (李基澤) 고문.김덕룡 (金德龍) 의원은 26일 저녁 모여 "여론이 악화될 우려가 있으니 빠르면 주말께 합법적으로 표결에 참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는데 의견을 모았다.

趙총재는 27일 아침 고문단과 조찬을 함께 하며 JP거부라는 당론을 확인했다.

한나라당은 또 이날 아침 "JP는 절대 안된다" 는 제목의 긴급 당보 30만부를 배포해 회담을 겨냥한 압박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다.

당은 한나라당 의원성향을 분석한 국민회의 문건을 공개하며 "야당에 대한 공작" 이라고 비난했는데 속으론 의원들의 이탈을 크게 우려하지는 않는 것 같다.

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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