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자금 동남아로 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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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외국인들이 한국.대만 증시에서 주식을 지속적으로 팔면서도 태국.필리핀.인도네시아 증시에서는 사들이고 있다. 신흥시장이나 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뮤추얼펀드에 신규 자금이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서 그나마 있는 자금마저 다른 나라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대우증권은 8일 한국과 대만에서 지난달 말 잠시 주식을 사들이던 외국인들이 이번 주 들어 다시 팔자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두 국가에서 지난 6주간 외국인들의 순매도 규모는 3002억원에 이른다.

반대로 태국.필리핀.인도네시아에는 외국인 주식 매수가 늘고 있다. 외국인들은 지난 6주간 이들 3국 증시에서 3809억원 이상을 순매수했다. 사들이는 종목은 철강.고무.플라스틱.섬유.시멘트업종 등에 치중해 있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증시는 연초 대비 11.5%, 10.8% 상승했다. 같은 기간 한국(-6.0%)이나 대만(-2.7)은 물론 아시아퍼시픽지수(-1.7%)가 하락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차은주 현대증권 연구원은 "최근 IT 업종의 전망이 흐려짐에 따라 외국인들이 관련주를 팔면서 이 분야의 비중이 큰 한국과 대만이 타격을 받은 것"이라며 "여기서 빠져나온 자본이 분산되면서 태국.필리핀 등에도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대우증권 김성주 연구원은 "신흥시장이나 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주식형 뮤추얼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재개되지 않아 당분간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순매수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윤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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