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총리안 '빅딜'탐색…3당 협상채널 가동 마무리 절충 분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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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진통을 거듭해온 임시국회가 여야의 막판 빅딜로 숨통이 트일 듯하다.

4대 현안을 놓고 서로 입장이 얽혀있지만 “폐회일인 14일까지는 어떤 형태로든 가닥이 잡힐 것” 이라는 게 대체적 전망이다.

국민회의.자민련.한나라당은 13일에도 공식.비공식 채널을 완전가동했다.

오후2시부터 국회 귀빈식당에서 시작된 3당 협상창구인 '6인회의' 는 줄다리기를 벌였다.

회의가 뜨겁게 달아오른 오후4시쯤에는 박지원 (朴智元) 청와대공보수석내정자가 국회 자민련총재실로 박태준 (朴泰俊) 총재를 은밀히 방문했다.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당선자의 중요한 메시지를 갖고 온 것이다.

朴총재는 朴수석내정자와의 밀담 후 회의장으로 메신저를 보내는 등 협상은 장시간 급박하게 전개됐다.

어쨌거나 3당은 이날 상당한 절충을 이뤄냈다.

金당선자측 카드의 하나는 추경예산안 처리를 한나라당 요구대로 金당선자 취임 직후로 연기하는 것. 둘째는 기획예산처를 대통령직속에서 총리실에 두도록 하고 여성부를 신설하는 등 정부조직개편안을 한나라당의 요구대로 일부 수정하는 것이다.

중앙인사위는 총리실 산하에 두거나 아예 폐지하고 이미 밝힌대로 해양수산부는 존치한다는 내용이다.

그 대가로 'JP총리' 에 대한 인사청문회와 임명동의에 대해 한나라당의 양보를 받아내려 하고 있다.

'김종필 (金鍾泌) 총리지명자'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첫 조각에서 유예하거나 열더라도 단시간 (한두시간여) 내 끝내달라는 요구다.

또 총리임명동의안 처리는 야당이 동의해 주면 가장 좋고, 그렇지 못하면 최소한 임명동의 거부를 당론화하지 않고 자유투표 (크로스보팅) 를 하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사견일 뿐” 이라고 해명하긴 했지만 이정무 (李廷武) 자민련총무가 12일 밤 언급한 '약식청문회' 에 대해 한나라당에서도 수용의사를 밝힌 바 있다.

JP의 자존심을 크게 상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야당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있는 절충안이다.

한편 한나라당이 제출한 인사청문회법을 통과시키되 '국회의결후 15일 이내에 대통령이 공포' 하게 돼있는 만큼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의 협조를 얻어 공포를 새 정부에 미루면 문제가 풀릴 수 있다는 여당측 논리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 한나라당이 국회임명동의 자체를 거부할 수도 있는 상황이어서 현실성은 작다.

이 경우에 대비해 양당은 한나라당 의원들을 상대로 개별설득 작업을 계속중이다.

지난달 김대중 대통령당선자가 이를 직접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양당은 나름대로 자유투표시 한나라당 의원들의 표가 어떻게 나올는지도 점검하고 있다.

“통과될 수 있을 것” 이라는 전망이 약간 우세하긴 하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상황 때문에 JP청문회 및 임명동의를 놓고는 국민회의와 자민련조차 이견을 보이고 있다.

자민련은 내심 기획예산처를 재경부에 두자는 한나라당의 주장을 편들어주면서 인사청문회 백지화 및 합의 임명동의를 받아내는 거래도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국민회의는 기획예산처의 대통령직속화에 대해선 최후에 가서나 양보할 태세다. 추경예산 처리 연기와 함께 협상의 마지노선으로 삼고 있다.

상황을 종합해 현안들에 대한 향후의 윤곽을 대충 그려보면 이렇다.

'정부조직개편안은 기획예산처.중앙인사위가 대통령직속에서 벗어나고 여성부와 해양수산부가 신설.존치되는 것으로 폐회일인 14일 처리된다.

노사정 (勞使政) 합의 관련법은 큰 손질없이 이날 함께 통과된다.

추경예산과 인사청문회 (약식으로 진행키로 합의될 경우) 를 위해선 취임일인 25일 직전 임시국회를 열어둔다.

취임 당일 오후 총리에 대한 청문회와 인준을 하고 추경예산은 그 이후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처리한다.'

“어렵지만 결국 상식대로 결판나지 않겠느냐” 는 게 3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김석현·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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