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국민신당, 양측 수뇌회동서 은근한 밀월 과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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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2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국민회의.자민련과 국민신당 수뇌부의 회동은 시종 부드러운 분위기였다.

전날 한나라당 지도부와 회동후 무거운 표정을 보였던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당선자의 얼굴도 이날은 환하게 펴졌다.

한나라당 지도부와의 대화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던 金당선자측은 이날은 국민신당이 대화록을 발표하는 것을 양해했다.

金당선자는 이날 이만섭 (李萬燮) 총재와 이인제 (李仁濟) 고문의 말을 일일이 메모지에 적었다고 참석자는 전했다.

이같은 회동장면은 양측이 급속히 긴밀한 협력관계로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가능케 한다.

양측이 서로의 협조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는 점도 앞으로의 발전적인 관계개선의 가능성을 말해주고 있다.

우선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입장에선 거야 (巨野) 한나라당을 상대하기 위해선 여론의 지지를 등에 업어야 한다.

이를 위해 의석은 8석에 불과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5백여만표를 얻은 국민신당이 어느쪽에 서느냐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

현실적으로도 국민신당의 존재는 金당선자에게 매우 중요하다.

지방선거에서 국민신당이 일정수준 이상의 득표와 활약을 해줘야 한나라당에 대한 효과적인 견제가 가능해진다.

국민신당 역시 마찬가지다.

대선이후 침체에 빠진 국민신당은 여러가지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으며 지방선거 전망에 대한 비관론이 당내에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선 李고문의 종로보선출마 등으로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될 정도다.

특히 정치적 영향력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무력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국민신당은 이같은 상황을 여권과 한나라당의 두 강자 사이에서 활동근거를 마련하는 일종의 틈새전략으로 타개할 생각같다.

金당선자에 대한 협조자세를 보인 뒤 이날 회동에서 金당선자로부터 6인협의회에 국민신당이 배제된데 대한 해명과 "정치특위에는 당연히 신당도 참여해야 한다" 는 약속을 얻어낸 것은 이같은 국민신당의 전략이 주효한 결과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金당선자와 국민신당의 밀월 (蜜月) 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예컨대 거국내각 구성 등에 반영될 수 있을지 관심이 아닐 수 없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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