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김정환 '지하철 정거장에서'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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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그러나 진실은

훨씬 더 우람하고 시끄럽고

두려운 소리로 온다

아직도 버팅겨 있음의 뿌리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전율의 함성으로 온다

기다려라, 우리가 바라는 것은

훨씬 더 아픈

훨씬 더 심장이 터질 듯 벅찬

감격으로 온다

- 김정환 (金正煥) '지하철 정거장에서' 중

지하철 열차가 들어올 때의 지축을 울리는 한동안 젊은 시인은 장차 만나야 할 진실과 염원을 직정 (直情) 으로 예감하고 있다.

30년대 모더니즘의 도시적인 이미지들이 80년대에는 정치와 부합하고 있다.

여기서는 전통은 반역이기도 하다.

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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