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당선자 독특한 버릇…듣다가 귀 만지면 내용부실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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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대중당선자가 보고받는 모습을 보면 어떤 판가름이 날지를 대충 짐작할 수 있다.

독특한 습관이 있기 때문이다.

보고자가 준비를 제대로 해오지 않거나 내용이 부실하면 1차로 귀를 만진다.

그래도 눈치없이 보고를 계속하면 하품을 하거나 먼 산을 쳐다본다.

들을 만한 내용이면 즉각 펜과 수첩을 꺼내 메모한다.

메모할 정도가 아니면 손가락으로 의자 팔걸이 같은 데 글씨를 써가며 암기한다.

몸 (손가락) 과 머리를 함께 써야 좋다는 입체 기억법을 오래전부터 실천하고 있는 것. 야당 시절엔 보고가 마음에 쏙 들면 지갑을 털어 활동비를 주기도 했다.

金당선자는 김영삼대통령과 달리 말보다 문서로 된 보고를 좋아한다.

말로 요지를 설명해 수긍을 얻은 다음 문서를 놓고 가면 효과 1백%라는 게 당직자들의 술회다.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는 회의 때 큰 원칙을 정해준 뒤 각자의 토론을 경청하는 스타일이 몸에 밴 것으로 알려진다.

회의 참석자들의 발언에 대해서는 두괄식 (頭括式) 을 선호한다는 것. 여태까지 야당 정치인중 金당선자가 주재하는 회의에서 문제를 잘 제기하는 사람으로는 김근태 (金槿泰) 부총재, 박상천 (朴相千) 총무, 임채정 (林采正) 의원, 문희상 (文喜相) 수석, 정동채 (鄭東采) 비서실장 등이 거명된다.

듣기 껄끄러운 얘기로 인해 이들이 불이익을 받았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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