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공무원 인사 '노조 동의'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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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경남도가 도의 5급 이상 공무원을 시.군으로 발령할 때 해당 시군의 공무원 노조의 동의를 받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김태호 지사와 이병하 공무원노조 경남지역본부장은 지난 3일 새벽 지사실에서 문제의 협약서에 서명했다. 공무원 인사에 노조의 동의를 거치도록 한 것은 경남이 처음이다.

협약서의 주요 내용은 '5급 이상 공무원의 도와 시.군간 교류 때 당사자와 기관장, 직원 대표의 동의를 거친다'는 것이다. 직원 대표는 공무원노조 경남지역본부 산하 도 지부장과 시.군 지부장을 의미한다.

협약은 김 지사가 취임 후 첫 인사에 항의해 지사실에서 농성하던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여 맺어졌다.

경남지역본부는 지난 5일 시군지부 회원을 대상으로 협약서에 대한 찬반 투표를 실시, 61%의 찬성으로 가결했다. 경남 공직사회는 이 협약이 부단체장을 포함한 도청 4, 5급 승진 직원을 시.군에 발령하던 관행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노조원들은 "도가 우월적 지위를 내세워 시.군의 의견을 무시한 인사를 한 경우가 있었다"며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검증 단계가 늘어나 청렴하고 우수한 인력 중심으로 교류될 것"으로 보는 인사담당 공무원도 있다.

그러나 협약서는 단체장의 인사권을 침해하고 지방공무원법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방공무원법(제29조3.전입)에는 '지방자치단체장은 다른 지방자치단체장의 동의를 얻어 공무원을 전입할 수 있다'라고 명시돼 있을 뿐 노조의 동의 규정은 없다.

노조의 눈치를 살피느라 적임자를 발령내지 못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걱정하는 공무원도 있다.

협약 과정에 시장.군수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아 반발이 나올 수도 있다. 새로운 제도를 시행하려면 시행착오는 있을 수 있다. 특정 인물에 대한 평가가 인사권자와 노조 사이에 다를 수도 있다.

그러나 서로 다른 평가도 인사 대상자가 맡을 업무의 성격과 우선 순위 등을 고려해 판단한다면 적임자 여부를 가릴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이 보다 객관적이고 정확한 자료로 인물을 평가하고 상대를 설득하고, 이해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이같은 평가와 협의는 당연히 적임자를 찾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이 협약이 과거 관행의 문제점을 보완해 적재적소 인사틀을 마련하는데 기여하기를 바란다.

김상진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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