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형제, 35년 만에 만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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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전 헤어진 형제가 극적으로 다시 만났다. 6일 오전 10시30분 전남 목포경찰서에서 김정호(42.광주시 북구 운암동)씨가 형 최치영(46.경기도 군포시.(左))씨를 끌어안고 재회의 기쁨을 나눴다.

원래 이름이 최재옥인 김씨는 1969년 6세 때 전남 보성군 득량면 고향에서 할아버지와 함께 목포교도소에 있는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기차를 타고 목포역에 갔다가 길을 잃었다. 이후 영광.장성의 고아원을 전전하며 고아원에서 지어준 이름으로 살아왔다. 고교를 졸업한 뒤 울산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그는 1994년 무렵 헤어진 가족이 전남 어딘가에 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으로 광주로 이사했으며, 현재 모 건설회사의 과장으로 일하고 있다.

김씨는 최근 한 TV 프로그램에서 본 남자가 자신과 매우 닮았다는 아내의 말을 듣고 목포경찰서로 연락했다. 아내가 TV에서 봤다는 남자는 형 최치영씨였다. 최씨는 최근 전남 신안군 안좌면 섬으로 끌려가 40여년 강제노동을 해온 장모(49)씨의 사연이 언론에 보도되자 혹시 동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경찰에 연락했다. 그러나 유전자 검사 결과 친형제가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최씨의 안타까운 사연은 TV로 소개됐고, 여기서 최씨를 본 김씨의 아내 강영순(35)씨가 남편에게 알려준 것이다.

이들 형제는 재회 직후 고향을 찾아 아버지에게 인사를 올렸다. 동생 김씨는 "아버지를 마음껏 불러 보니 마음 속 맺힌 것이 뚫리는 느낌이다"며 "빨리 이름을 되찾고 호적도 바꾸겠다"고 말했다.

목포=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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