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은 소박하게 … 아빠는 말투 고치고, 가족들은 아빠에게 응원 문자 보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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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김영현(46·안산시 상록구)씨는 얼마 전 ‘좋은 아빠가 돼야지’ 결심을 했다가 상처만 받았다. 회사 동료의 자녀가 엄마 몰래 아빠에게 할 얘기가 있다며 회사로 찾아온 것을 보고 부러웠던 것. ‘나는 아이와 둘만의 비밀이 있나’ 생각하니 언제 마지막으로 얘기했는지도 기억에 없다. 큰마음을 먹고 밤늦게 학원버스에서 내리는 아들을 맞으러 갔다. 아이는 김씨를 보고 “감시하러 나왔어요”라며 대뜸 쏘아붙였다. 아내에게 이 얘기를 하자 “그러게 평소에 잘하지. 왜 안 하던 짓을 해서…”라며 핀잔만 들었다.

‘좋은 아빠가 되겠다’고 변화를 꿈꾸는 아빠들도 고민은 많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아내와 아이들도 도와줘야 할 책임이 있다. 아빠의 작은 변화에 가족이 칭찬해 준다면 변화에 힘이 붙을 것이다. 아빠가 변화하는 데 있어 가족이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지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어봤다.

아내는 ‘남편’에게

①“당신이 책을 읽어주니까 아이가 좋아해요”

사람은 누구나 칭찬에 약하다. 아빠도 마찬가지. 한국부모교육센터 이동순 소장은 “아주 사소한 것, 구체적인 일에 칭찬을 해줄 것”을 강조했다. 예컨대 “내가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당신이 아이와 놀아주니까 정말 좋다” “아빠가 숙제를 챙겨주니까 아이가 덜 투덜거려요” 등으로 작은 일에도 크게 칭찬한다.

②“아이 키우면 재미 있어요”

아내가 “왜 나만 애한테 신경 써야 해”라고 불평하면 “나도 밖에서 일하느라 힘들어”라는 남편의 대답밖에 돌아오지 않는다. 이 소장은 “핑계만 대는 남편을 바꾸고 싶다면 작전을 바꿔 자녀 교육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남편에게 가르쳐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이가 언제 저런 행동과 말을 하는지, 아이가 화를 낼 때, 기뻐할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등을 알려줘 아빠가 자녀 교육의 주연이 되게 한다. ‘육아의 묘미’를 느낄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다.

③“당신이 잘할 거라 믿고 맡겨요”

좋은 아빠가 되려면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아직 많이 서투르더라도 ‘왜 저렇게 아이에게 할까’ 조바심을 내선 안 된다. 아내가 느긋한 태도를 보여야 아빠는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두란노어머니학교 신정숙 강사는 “‘잘 좀 해봐’ ‘그렇게 하면 안 되지’ 등의 잔소리를 해선 안 된다”며 “시간이 걸리고,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믿고 맡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④“아빠는 너희를 아주 사랑한단다”

신 강사는 “엄마는 아이들에게 아빠 칭찬을 자주 해야 한다”며 “그것이 아이에게 아빠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이 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아빠가 지금 회사에서 힘들지만 너희를 많이 사랑한단다” “너희 아빠는 성실한 분이란다” 등이다. 이런 아빠 칭찬이 아이로 하여금 아빠를 존경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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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는 ‘아빠’에게

①“환영합니다”

자녀의 말 한마디로 무뚝뚝한 아빠도 부드러운 아빠로 만들 수 있다. 딸은 퇴근해 돌아오는 아빠에게 뛰어가 “환영합니다”라고 외친다. 무뚝뚝한 아빠라고 해도 행복한 느낌이 든다. 이 소장은 “3주만 딸이 이렇게 퇴근 인사를 하면 아빠 스스로 좋은 아버지가 되려고 노력한다”고 장담했다.

②“아빠가 자랑스러워요”

딸처럼 살갑게 행동하기 어려운 아들은 문자 메시지를 이용한다. “아빠는 멋진 분이에요” “아빠를 존경해요” 등의 문자 메시지를 하루 세 번 보낸다. 답장이 오지 않는다고 실망해선 안 된다. 신 강사는 “자녀의 칭찬은 아내가 인정해 주는 것보다 아빠의 마음을 더 기쁘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아빠의 장점을 찾아 70일 문자 보내기 작전을 하면 달라진 아빠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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