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불황·환차손 기업들 '숨은 돈' 찾아 뛴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지난 해 전반적인 경기침체와 급격한 환율 상승으로 수지가 악화된 상장사들이 재무구조 개선과 유동성 확보를 위한 자구노력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상장사들은 우선 자산재평가와 회계처리 변경 등을 통해 장부가를 높임으로써 자본잠식을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 출자지분과 고정자산을 처분해 부족자금을 확보하는 한편 합병과 영업 양도 등을 통한 군살빼기도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자산재평가 = 지난 1일 삼성물산.효성물산.신한.화성산업.대한제당 등 상장사들이 토지.건물.기계장치.투자 유가증권 등 보유자산에 대한 자산재평가에 착수했다.

삼성물산의 경우 유형고정자산의 장부가액이 8백50억원이며, 대한제당은 1백63억원으로 자산재평가를 통해 두배 안팎의 재평가차액을 얻게 됐다.

이들은 매입가로 기재돼 있는 자산을 현재가로 평가해 수백억원의 재평가 차액을 자본에 전입시킴으로써 부채비율을 낮출 수 있게 됐다.

특히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지난해 11월21일 이후 연말까지 재평가자산은 40건에 모두 2조3천8백96억원에 달해 전년동기 (18건.4천7백2억여원) 보다 무려 4백8% (금액기준) 나 늘어났다.

◇ 회계처리변경 = 가장 가시적인 손익 개선 수단이다.

대상 (옛 미원) 이 연구개발비.기계장치의 감가상각 내용연수를 3년에서 5년으로 늘려 지난해 경상이익이 60억~70억원가량 늘어났다.

또 동해펄프는 15년에서 25년으로 늘려 감가상각비 87억원을 절감했고 대창공업은 30년으로 늘려 25억원을 절감했다.

이와 함께 비용할당 방법도 초기 비용지출이 큰 정률법에서 비용이 균등처리돼 변경 즉시 당해연도 비용을 절감하는 정액법으로 변경됐다.

이에 따라 동양철관과 삼화콘덴서공업은 당기손익을 10억~25억원가량 개선시켰다.

이밖에 신풍제지 등 64개사 (96년 38개사)가 감가상각 내용연수를 두배 이상 늘리고, 감가상각의 비용할당을 정액법으로 바꿨다.

◇ 고정자산.출자지분 처분 = IMF지원요청이후 고정자산 처분은 14건으로 금액은 전년동기 (9백13억원) 보다 6백7% 늘어난 6천4백67억여원에 달했다.

한진건설의 경우 오는 4월말 제주 KAL호텔을 처분 (1천1백52억여원) 키로 했다.

또 출자지분 처분 건수는 모두 12건으로 전년동기의 9건보다 3건이 늘어났다.

세방기업은 지난달 27일 유동성 확보를 위해 한국케이블TV 출자지분 16만주 전량을 처분했고, SK (옛 유공) 는 지난 3일 청주도시가스에 출자했던 지분중 31만4천주 (15억7천만원) 를 처분했다.

한솔텔레콤도 한솔PCS 출자지분중 1백만주 (50억원) 를 매도했다.

◇ 기타 = 합병은 지난해 IMF지원 신청이후 7건으로 전년동기의 3건보다 두배 이상 늘어났고 영업양도.양수는 연말에 2건이 이뤄졌다.

또 계열사간 자금대여도 급증해 지난해 12월 한달동안 모두 47건.1천1백92억원으로 11월의 5건.67억원의 20배에 달했다.

김동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