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자동차등록세 횡령 처음 발견한 마포구청 권명주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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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양심과 사명감, 그리고 친절이 공직자의 제1 덕목이라 생각하며 소임에 충실했을 뿐입니다.”

서울 마포구청 3억원대 자동차등록세 횡령사건을 최초로 발견해낸 마포구청 세무1과 권명주(權明主) (30.세무직 8급) 씨는 '시민의 파수꾼' 이란 칭찬이 아깝지 않은 공무원이다.

방조제에 난 작은 구멍을 미리 발견해 큰 재앙을 예방한 네덜란드의 한 소년처럼 그는 자칫 도둑맞을 뻔했던 연간 수천억원의 시민세금을 지켜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서울시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대적인 감사를 벌였고 전산화에 따른 세무행정의 빈틈도 보완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특히 그는 세살 때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한 4급장애를 딛고 지난달엔 민원전화 친절공무원으로 표창받을 정도로 묵묵히 선행을 해와 공직사회의 귀감이 되고 있다.

전북대 법대를 졸업한 95년 3월 세무직에 공채된 뒤 올 8월부터 중과세 (1가구2차 등) 업무를 맡은 權씨가 시민의 혈세가 새고 있다는 단서를 포착한 것은 지난 10월초. "중과세 대상을 점검하던 중 중과 (重課) 된 세금은 자진납부됐는데도 등록세는 납부되지 않은 차량 한 건을 발견한 게 계기가 됐습니다.

" 문제가 된 등록세는 자신의 주업무는 아니지만 연관 업무를 면밀히 역추적하다 '큰 건' 을 잡아 확인행정의 중요성도 입증했다.

한달에 1백만원 남짓의 박봉으로 단칸 셋방에서 혼자 사는 노총각 權씨가 이번 일로 지켜낸 시민의 세금은 모두 3억7천2백여만원. 그가 30년 가량 받을 국록 (國祿)에 맞먹는 큰 돈이어서 "30년간 할 일을 한번에 해냈다" 는 우스갯소리도 듣는다.

하지만 權씨는 "이번 사건이 등록대행 브로커의 횡령사건으로 결론나기 전까지 공무원이 연루된 것으로 잘못 알려져 마음이 편치 않았다" 며 속내를 털어놓았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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