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딸과 닌텐도 게임 즐기는 ‘日 과학계의 사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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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호 04면

고바야시 교수는 귀가하면 늘 하는 입버릇이 있다. “여보, 어깨가 뻐근하니 좀 주물러 줘.”

주말이면 고등학생 딸과 신나게 닌텐도 게임기 ‘위(Wii)’에 몰입한다. 그저 어디에나 있는 아저씨 같다. 그와 같이 소립자(素粒子) 연구를 한 동료들은 “아마 일본 소립자 학계에서 거의 유일한 ‘보통 사람’일 것”이라고 평한다. 부인 에미코(惠美子·55)도 그걸 인정한다.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한 마스카와 도시히데 교토산업대 교수가 ‘동(動)’의 이미지라면 그는 ‘정(靜)’이다.

노벨상으로 이어진 그들의 업적도 수학에 강한 마스카와 교수가 아이디어를 속속 내놓으면, 그걸 받아 발군의 물리적 센스와 치밀한 성격을 가진 고바야시 교수가 철저히 검증해 가는 역할 분담이 있어 가능했다. 연구 결과를 6쪽의 영어 논문으로 정리한 것도 고바야시 교수였다.

하지만 인생 역정을 놓고 볼 때 그는 마스카와 교수와 달리 늘 일본의 거대 과학실험 프로젝트의 중추에 서 있었다. 나고야에서 태어나 자란 그는 나고야대에서 박사 과정을 마친 후 교토대의 조수로 일했다. 그리고 그에게 연구의 고향이기도 한 쓰쿠바(筑波)의 고에너지 물리학연구소로 건너간 것이 1979년.

당시 그곳에서는 길이 3㎞에 걸쳐 전자 입자를 광속의 99% 이상으로 가속시키는, 이른바 ‘트리스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었다. 일본이 처음으로 건설하는 세계 최고의 에너지 가속기였다. 고바야시 교수는 그 실험을 이론적 측면에서 떠받치는 핵심 인력으로 채용된 것이다. 트리스탄 프로젝트는 95년이 돼서야 실험을 마쳤다. 그는 2003년에도 쓰쿠바의 고에너지가속기 연구기구 소립자원자핵연구소 소장으로 취임해 수백 명의 연구진을 진두 지휘했다.

그는 “요즘엔 바빠서 하고 싶은 연구도 못한다. 내게 조금의 시간이 주어지면 조금이라도 더 물리를 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야말로 타고난 과학자다. 세상의 모든 이가 ‘고바야시-마스카와 이론’이란 고유명사를 쓰지만 그는 단 한번도 그 표현을 쓰지 않을 정도로 부끄러움을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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