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ly?] 기억력 키우려면 ‘쓸데없는 것’ 대신 ‘필요한 것’ 외워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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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치매를 예방하려면 산 이름, 강 이름 등을 외우는 기억력 훈련이 도움이 된다?

A 신체 각 장기처럼 뇌세포도 노화하면서 기억력·이해력·순발력 등이 떨어진다. 노화는 출생 시 100억 개 이상이던 뇌세포가 20세부터는 매일 10만 개씩 감소하면서 진행된다.

노화를 막을 순 없지만 뇌 기능 훈련을 통해 뇌세포의 노화를 최대한 늦추는 것은 가능하다. 체력 단련을 통해 신체 나이가 10~20년 젊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실제 뇌기능을 훈련시키면 정보를 전달해 주는 뇌신경계의 회로가 튼튼해지고, 세로토닌(우울증 환자에게서 떨어짐)이 증가한다. 그 결과 뇌세포 손상을 줄이고 수상돌기의 기능도 좋아진다. 수상돌기란 뇌세포를 연결시켜 주면서 판단력을 담당하는 부위인데, 노년기에 지혜로운 판단이 가능하고 걸작이 탄생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뇌기능 향상을 위해선 지속적으로 뇌세포를 자극하면 되는 걸까. 물론 아니다. 특히 노화와 더불어 가장 눈에 띄게 감소하는 기억력은 ‘효율적’인 뇌 훈련이 필요하다.

만일 무작정 지명이나 전화번호를 외우다간 오히려 기억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컴퓨터 메모리처럼 우리 뇌의 기억 용량도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쓸데없는 지명을 외우다 보면 정작 꼭 외워야 될 내용을 담을 공간이 줄어든다.

따라서 기억력 향상을 위해선 주변 환경을 단순화해 집중력을 높여야 한다. 예컨대 책상 위나 서랍 안에 있는 불필요한 물건은 버리는 식이다.

독서를 통해 끊임없이 문자를 접촉하고, 예술활동을 하는 것은 권장된다. 뇌세포의 노화도 늦추고, 수상돌기 기능도 증가시키는 등 전반적으로 뇌기능을 향상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매일 한두 시간씩 신문· 방송·책 등을 통해 뉴스를 접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일례로 사설을 읽은 뒤 요약하고 비평하는 훈련을 반복하면 기억력·논리력 ·분석력 등이 동시에 좋아진다. 만일 사설을 소리 내서 읽고, 비평을 손으로 써보는 등 오감을 활용하면 더 효과적이다.

늘 ‘적절한’ 산소와 영양분을 뇌에 공급해 주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혈액순환을 좋게 하는 운동을 생활화하면서 과식·폭식·비만을 피해야 한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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