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이 다 하나"…민노당 계파 갈등 심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민주노동당 내 계파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대변인 인사를 놓고 "지난 전당대회에서 승리한 '연합파(NL)'의 당 장악 움직임이 가시화됐다"는 볼멘소리가 28일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 경쟁 계파인 '좌파(PD)'측 김종철 대변인이 사실상 경질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도부는 NL계로 분류되는 안동섭 수원 장안지구당 위원장을 후임 대변인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PD측에서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김 대변인의 교체 소식이 알려지자 당 게시판에는 "연합파가 안배 인사를 하고 있다" "김선일씨 피살 사건으로 어수선한데 NL 일당이 뒤통수쳤다"는 등 비난의 글이 쏟아졌다.

NL.PD는 1980년대 초 나타난 운동권 내 양대 노선이다. NL은 '민족해방론(National Liberation)'에 기초해 남한을 미국 식민지로 규정하고 반미투쟁과 연방제 통일을 강조한다. 주사파도 이 계열이다.

반면 PD는 '민중민주주의 혁명론(People's Democracy Revolution)'에 따라 노동자의 정치세력화와 노.학 연대를 중시한다.

한편 당내 분란이 격화된 데는 김혜경 대표가 각 계파를 아우르는 탕평책을 쓰겠다고 약속한 점도 작용했다. 김 대표는 지난 6일 대표 수락 연설에서 "당의 통합과 단결이 최우선 과제"라고 계파 간 갈등 해소를 다짐했었다. 그런 상황에서 당의 얼굴인 대변인이 한달 만에 교체돼 비주류 측에서 "약속 위반"이라고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NL측에선 당권 독식이란 비판을 일축하고 있다. 한 부대변인은 "지도부가 바뀌면 대변인도 교체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다른 PD측 핵심 당직자들은 바뀌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 NL측 최고위원은 "창당 후 4년간 PD쪽에서 당을 장악해 왔다"며 "NL측 인사들이 주요 당직을 맡게 됨으로써 각 그룹 간 세력 균형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내 비판이 거세자 지도부는 당황하고 있다.

결국 지도부는 도입하기로 한 남녀 공동대변인제를 활용, 당내 불만을 다독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남자 대변인은 주류인 NL쪽에서, 여성 대변인은 PD 등 비주류 쪽에서 내자는 것이다. 최규엽 홍보위원장은 "당 대변인을 각 계파에서 1년씩 맡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남정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