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총재 대선전략 수정…상대공격 자제,경제공약 홍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조순 (趙淳) 민주당총재와 연합 후 이회창 (李會昌) 신한국당총재가 확연히 달라졌다.

표정도 밝아졌고 여유가 느껴진다.

12일 순천 (順天) 팔마체육관에서 열린 광주.전남지역 대선필승결의대회. '깨끗한 정치 튼튼한 경제' 라는 플래카드 아래에 선 李총재는 趙총재와 합체해 생긴 시너지 효과를 시종 강조했다.

주제는 경제였다.

그는 "趙총재와 엉망이 된 우리 경제를 다시 세우기로 약속했다" 며 "우리 둘은 합심해서 이 나라 경제를 반드시 일으켜 세우겠다" 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방법론도 제시했다.

李총재는 "이 나라 경제가 도탄에 빠진 것은 한마디로 정치가 잘못된 탓" 이라며 "정치는 경제에 개입하지 않고 오직 정도 (正道) 를 따라 바른 길로만 가면 된다" 고 경제 불개입을 제1원칙으로 천명했다.

여기에 더해 "낡은 정치의 탈을 벗고…이 나라의 앞길을 열어 나가자고 굳게 약속했다" 며 DJP와는 다른 '정치신인들의 결합' 임을 강조했다.

그간의 필승대회에서 그는 DJP연합, 이인제 (李仁濟) 국민신당후보를 공격하는데 대부분을 할애했었다.

자연히 독기 (毒氣) 로 가득 차 얼굴은 벌개졌고 '혁명' '성전 (聖戰)' '전면전' 등 살벌한 용어만 튀어나와 그 자체로 부정적 이미지를 주기 일쑤였다.

그런데 이날 대회에서는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과 이인제후보에 대한 공세를 자제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11일 제주대회에서 李총재는 "金대통령과의 인간적 신의와 의리는 지켜나가겠다" 고 밝힌바도 있다.

이날 이인제후보에 대해 "3金의 낡은 정치를 흉내내 국민의 이름으로 대통령후보에 나선 사람도 있다" 고 빗댄 게 유일했다.

다만 호남지역임을 의식, 김대중 국민회의총재를 겨냥해 "표를 찢어놓아야 당선될 수 있다는 3자 필승론을 외치고 있다" 며 "찢어진 고정표로는 이 나라를 절대 이끌어나갈 수 없다" 고 톤을 높였을 뿐이다.

이날 대회장도 그간의 'DJP는 막줘파, 이인제는 막가파' 라는 험한 플래카드 대신 '약속지킬 참일꾼 나라맡길 이회창' '튼튼한 경제로 국민에게 희망을' 등으로 물갈이 돼있었다.

趙총재와 연합 이후 네거티브 (비판.폭로 위주) 캠페인에서 포지티브 (장점 강조형) 캠페인으로 선회한 것은 두 가지 현실적 요인 때문. 폭로전 뒤 李총재 지지율은 급락한 반면 경제정책 언급 후의 지지율은 늘 상승추이였다는 것. 더욱이 趙총재의 가세는 李총재의 '경제회생' 주장에 설득력을 더하는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이에 더해 趙총재가 영남유림과 불교계등으로부터 신뢰받고 있어 이래저래 李총재의 기대를 높인다는 얘기다.

순천 = 최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