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출신 살인범 카진스키 재판시작…미국 18년간 16차례 우편물 폭탄테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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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8년동안 우편물 폭탄으로 많은 사람을 살상해왔던 '얼굴 없는 범죄자' 유나바머 (Unabomber) 의 용의자 테오드르 카진스키 (55.사진)에 대한 재판이 12일 (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의 새크라멘토 연방법원에서 시작됐다.

16세때 하버드대에 입학하고 한때 버클리대의 촉망받는 수학교수였던 수재 카진스키는 78년부터 지난해 4월 체포될 때까지 18년간 16차례의 우편물 폭탄 테러를 저질러 모두 3명을 숨지게 하고 23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나바머는 피해자가 많이 나왔던 대학 (University) 과 항공사 (Airline) 의 머리글자를 따 부른 별칭. 그가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지난 95년 뉴욕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에 기고한 장문의 '반문명 선언문' 때문. 카진스키는 이 선언문에서 "공장들은 파괴돼야 하고 모든 기술서적은 불태워져야 한다" 고 주장, 과학기술문명에 대한 극도의 혐오감을 표출했다.

이를 반영하듯 그는 몬태나주 블랙푸트강 인근의 오두막에서 전기.수도나 전화도 없이 은둔 생활을 하며 주로 컴퓨터.유전공학자등을 대상으로 폭탄테러행위를 벌여왔다.

앞으로 열리게 되는 재판의 쟁점은 과연 카진스키가 정상적인 상태에서 폭탄테러를 벌여왔느냐 하는 점. 변호인측은 그가 피해망상을 동반하는 '편집증적 정신분열증세' 를 겪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검찰측은 '반문명 선언문' 과 오두막에서 발견된 그의 일기를 바탕으로 "계획된 살인행위" 라고 반박하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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