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한국인 기업 “저온 핵융합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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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저온 핵융합 실험이 성공했을 때 나타나는 중성자의 흔적. 과학자들은 저온 핵융합 실험에서 중성자의 흔적이 발견되면 실험이 성공했다고 본다. [자료=미국화학회]

태양에선 핵융합이 일어난다. 원자핵(nucleus)이 합쳐지면서 거대한 에너지가 발생한다. 하지만 지구상에선 핵융합이 일어나지 않는다. 원자핵을 융합하려면 태양 표면과 같은 1억 도 이상의 고열이 필요하지만 그걸 견딜 원자로를 만들기 어렵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원자핵을 상온에서 합칠 수 있는 기술, 즉 저온 핵융합(Cold Fusion)이 가능한지를 연구해 왔다.

저온 핵융합을 일으킬 수 있다면 인류는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 바닷물을 이용해 원자핵을 융합하고, 그 과정에서 생산되는 에너지를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에너지는 화석연료나 우라늄과 달리 공해나 핵폐기물을 남기지 않는다. 그러나 그동안은 불가능의 영역으로 남아 있었다.

그런 가운데 미국 해군과 재미 한국계 기업이 바닷물을 이용해 상온에서 핵융합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미국 버지니아주에 본사를 둔 JWK인터내셔널(회장 김재욱.사진)과 해군 우주해양전쟁시스템센터(SPAWAR)는 23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화학학회 회의에서 “20년 전 과학자들이 실패한 저온 핵융합 방식을 응용한 ‘저에너지 핵반응(LENR·Low Energy Nuclear Reaction)’ 실험을 지속적으로 실시한 결과 중성자(neutron)를 계속 생성하는 데 성공했다”고 보고했다. 핵융합이 일어나려면 중성자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실험에서 중성자가 생성됐다는 건 핵융합이 일어났다는 걸 뜻한다는 것이다. LENR은 저온 핵융합과 비슷한 개념이다.

JWK와 SPAWAR의 학회 보고에 대해 미국과 외국 언론은 비상한 관심을 나타냈다. AFP통신은 “과학자들이 저온 핵융합의 돌파구를 열었다”고 보도했다.

뉴스위크는 “저온 핵융합에 대한 희망이 다시 살아났다”고 했다. 영국 BBC방송은 “이번 발표로 저온 핵융합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논란이 촉발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저온 핵융합은 1989년 과학자 마틴 플레이시먼과 스탠리 폰스가 전기분해조를 이용한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혀 큰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다른 과학자들이 실시한 같은 실험에선 핵융합이 일어나지 않아 인정받지 못했다.

JWK와 SPAWAR은 20년 전의 방식을 다소 변형했다. 바닷물에서 추출되는 중수소(deuterium)를 섞은 염화 팔라듐(palladium chloride) 용액에 니켈선이나 금선으로 구성된 전극을 담가 전류를 통과시켰고, CR-39라는 특수 플라스틱으로 중성자가 생성됐는지를 추적했다.

◆김재욱 회장 인터뷰=김 회장은 27일 “중성자가 플라스틱에 부딪친 흔적이 계속 발견된 만큼 핵융합이 일어났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며 “UC버클리 등이 같은 방식의 실험을 통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년 전 실험에 성공했지만 이후 반복적으로 실험을 한 결과 이젠 발표해도 좋겠다고 판단해 학회에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연구를 진행한 17년 동안 약 2000만 달러를 투자했다”며 “실험에 성공한 이후 5개의 특허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또 “핵폐기물인 우라늄 238을 분해하려면 빠른 중성자가 있어야 하므로 우리의 핵융합 기술이 필요하다”며 “우선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핵폐기물을 처리하면서 전력을 생산하는 하이브리드 핵 발전소를 만드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며 “핵융합 기술을 발전시키면 청정 에너지를 무궁무진하게 생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민 1세대로 메릴랜드대 경영학 박사인 김 회장은 대체 에너지 개발 사업체인 JWK인터내셔널, GEC와 미 국방부가 주요 고객인 고성능 컴퓨터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저온 핵융합=원자핵이 서로 달라붙으면서 더 무거운 핵으로 바뀌는 현상이 핵융합이다. 저온 핵융합은 상온에서 순식간에 초고온을 만들어 핵융합을 일으키는 기술이다. 원자폭탄이나 원자력발전에 응용하고 있는 핵분열과 반대다. 핵융합은 핵분열과 달리 거의 무한정한 에너지를 생성해 내면서도 방사성 낙진을 만들어 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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