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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통합하는 여성운동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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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1908년 미국 방직공장 여성 노동자 1만5000여 명이 노조 결성의 자유 보장, 임금 인상과 10시간 노동 보장, 작업환경 개선 등의 권리를 주장하며 무장한 군대에 맞서 투쟁했다. 이를 계기로 시작한 ‘3·8 세계 여성의 날’은 지난 100년 동안 매해 여성에게 어떠한 변화가 왔는지를 점검하고, 새로운 여성의 미래를 기획하는 자리가 됐다.

그동안 평등을 향한 여성들의 노력은 우리 사회에서도 많은 가시적인 성과를 이뤄왔다. 1958년 민법 제정 때부터 여성들을 중심으로 문제 제기돼 온 호주제도가 2005년 폐지됐다. 지난해부터 남녀 고용 평등과 일 ·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고 있다. 2004년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의 제정으로 여성에 대한 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기틀이 마련됐다.

그러나 그간의 성과가 여성을 하나의 집단으로 전제하고 이룩한 집중적인 운동의 결과였다면, 그 이면에는 여성에 의한 여성의 소외를 낳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여성 내부 소수자의 목소리를 수용하는 데 다소 소극적이었던 결과인 셈이다. 또 평등 추구와 공적 영역에서의 다양한 정책 개발은 여성의 공직 진출을 상대적으로 확장시키는 성과를 가져왔으나 시장 영역에서는 여성운동의 성과가 아직도 낮은 편이다.

이런 점을 반영해 여성운동은 이제 그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내부적 소외가 없고, 외부적 불균형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장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여성운동의 주체인 여성 내부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여성의 다양성을 수용해 여성 내부의 소외 현상을 극복해야 한다.

또 여성운동은 여성을 둘러싼 사회의 외적 환경에 적극적으로 반응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세계화라는 거대한 외적 환경의 변화에 노출돼 있고, 경제위기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런 환경에서 누구보다도 여성이 더 취약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정부의 여성정책은 외적 환경의 변화에 더 취약한 소외 여성의 빈곤화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거시적으로는 안정적 일자리의 창출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도모하며, 동시에 비정규직의 지위에서 근로자로서의 법적인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여성이 스스로의 삶을 자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경제적 독립이다. 이는 일차적으로 다양한 일자리 창출을 통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여성 스스로가 주체적으로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으로도 가능하다. 이를 위해 여성 스스로의 역량을 증대하는 노력과 아울러 다양한 방법론이 정책으로 확립돼야 한다.

평등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내·외적 여성의 자율적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는 여성만의 힘으로 완수할 수 없다. 양성평등은 사회 전체의 구조와 체계가 재정립될 때 비로소 다가올 수 있다.

차선자 전남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