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버스 근로자 39% 줄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대우버스가 전체 근로자의 약 40%를 감축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글로벌 매출 부진으로 전체 근로자 1316명 중 507명(38.5%)을 감원키로 결정했다고 16일 밝혔다.

김상교 기획담당 전무는 “이번 구조조정은 노사 공생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며, 앞으로 경제가 좋아져 추가 인력이 필요하면 구조조정된 인원을 우선 채용하겠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노조와 구조조정 안건을 놓고 협의할 계획이다. 이 회사 사무직 노동조합은 ‘인사 이동이 부당하다’며 지난해 11월부터 파업을 하고 있다.

대우버스는 최근 국내외 주문량이 급감함에 따라 지난해 말부터 ▶순환 휴업 및 복리후생비 지급 중지 ▶임원 40% 감축 ▶자재 대금 지급 기일 연장 등 비상경영을 추진했다. 하지만 주력 수출 지역인 중동에서 기존 주문을 취소한 데다 금융 경색으로 신규 수주마저 급감해 심각한 매출 부진을 겪어왔다. 이 회사의 버스 생산량은 2002년 4140대에서 2007년 6307대로 증가했지만 금융위기 여파로 주문이 줄어들어 지난해 4866대 생산에 그쳤다. 특히 올해 생산량은 지난해 보다 30%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주문은 줄었지만 인건비는 급상승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2002년 1인당 인건비가 4200만원 수준이었지만 매년 평균 10% 임금 인상이 계속된 데다 매년 별도 승급을 통해 약 10%의 인건비가 추가로 발생했다는 것. 여기에 매년 복리후생비(129억원)를 포함할 경우 연간 인건비는 국내 경쟁업체 최고 수준인 7800여만원에 달한다.

여기에 생산직 근로자의 56%가 50세 이상으로 고임금 구조다. 2003년 이후 5년간 회사 수익의 68%를 임금 인상 비용으로 충당해 신제품과 시설투자가 어려운 상태다.

특히 관광버스를 생산하는 부산 공장은 올해 주문량이 전년 대비 48%나 줄어들 전망이다. 1962년 생산을 시작한 부산시 전포동 버스공장(약 3만㎡)은 설비가 낙후돼 지난해 울산으로 이전하려 했지만 노조의 반대로 무산됐다. 작업자의 고령화로 부산공장 인건비는 비정규직 위주의 울산 공장에 비해 2.5배, 중국 상하이 공장에 비해 13배에 달한다고 회사 측은 주장했다. 부산공장은 지난해 149억원 영업적자에 이어 올해는 254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회사의 구조조정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그동안 비합리적인 경영 상황을 모두 폭로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이어 “해마다 수십억원씩 당기순이익을 냈지만 현 대주주인 영안모자가 인수한 이후 공장 부지를 아파트 건설에 쓰면서 50년 넘은 공장을 망가뜨렸다”고 말했다. 대우버스는 대우그룹이 워크아웃에 들어간 이후 2002년 영안모자가 인수했다. 지난해는 매출 4700억원에 영업적자가 예상된다. 지난 5년간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2∼3%에 그쳤다. 이 회사 노조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지부에 가입한 사무지회와 자체 노조인 대우버스 노조로 갈라져있다.

김태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