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풀뿌리 학부모 운동 … 정치적 오염 경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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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서형숙(51) 교장이 자녀교육 강의를 한 지는 10년이 넘었다. 바른 먹거리 운동인 ‘한살림’ 운동을 20년 동안 하면서 만난 주부들은 사교육 없이 자녀를 명문대에 보낸 서씨를 부러워했다.

주부단체와 학교 등에서 강의 요청이 많았고, 서씨의 교육관은 엄마들에게도 퍼지기 시작했다. 서 교장은 “교육비 부담으로 출산율이 뚝 떨어지는 등 교육문제가 심각해져 엄마들을 만나 고민을 나눌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엄마학교의 성격이 뭔가.

“공식 학교가 아니다. 좋은 엄마 되는 방법과 아이디어를 나누는 엄마들의 모임터다. 2006년 8월 서울 북촌 한옥을 빌려 자비로 고쳤다. 엄마들의 하소연을 듣는 것은 아이를 키우는 것만큼 보람 있다. ‘좋은 엄마’ 과정을 마치고 난 엄마들의 반짝반짝 빛나는 눈, 그리고 스스로 바뀌었다고 고백하는 ‘수행일기’를 보면 이 일을 멈추기 어렵다. 자원봉사 개념이다.”

-두 자녀를 사교육 없이 키운 것은 평범한 일이 아니다. 애들이 똑똑해 가능했던 일이라 비난하는 이들도 있다.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 때 꼴등을 했다. 공부를 못하는데 야단까지 맞으면 아이가 가여워서 꾹 참고 용기를 북돋아줬다. 아이를 살피고, 참고, 노력했다. 그렇다고 사교육을 아예 받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아이가 원할때 기쁘고 즐겁게 받도록 했다. 내가 하는 방식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공교육으로만 아이를 키우는 일이 정말 가능한가.

“유아기에 아이를 잘 키워 학교에 보내면 교사의 격려와 칭찬만으로 아이는 신이 난다. 선생님, 아이의 친구들, 동네 어른이 모두 아이의 선생님이자 엄마다. 가능하다.”

-정부가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됐나.

“교육과학기술부 이주호 차관이 다섯 번 방문했다. 청와대 수석에서 물러난 뒤 처음 찾아와 ‘학부모 운동’을 같이 하자고 제안했지만 거절했다. 엄마학교가 펼쳐갈 순수한 풀뿌리 학부모 운동이 특정 이념으로 물드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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