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로 가는 길]9.끝 종교…삶이 곧 신앙생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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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9억이 넘는 인도 사람의 약 83%가 힌두교 신자다.

인도인 6명중 5명은 힌두교도란 얘기다.

힌두교의 특징중 하나는 섬기는 신이 많다는 것. 힌두교 신자들이 믿는 신은 무려 3억 종류가 넘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중 대표적 신은 인간의 삶과 관련해 볼 때 출생을 관장하는 브라마, 죽음을 주관하는 시바, 그 중간의 삶을 보살피는 비슈누등 세가지다.

인도 대도시의 힌두 사원에 가보면 이 세가지 신의 형상을 따로 만들어놓고 신도들이 돌아가면서 기도를 올릴 수 있도록 해놓았다.

사원은 신성한 장소다. 입구에서 반드시 신을 벗어야하며 사원 내부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된다.

대부분의 인도인들에게 있어 종교는 생활 깊숙히 자리잡고 있다.

인도 가정을 방문해보면 거의 예외없이 집안에 조그만 신당을 모셔놓고 있다. 독실한 힌두교도들은 한주에 한번 이상 꼭 사원에 들러 기도를 올린다.

소는 인도에서 특별한 동물이다. 소는 '시바' 가 타고 다니는 신성한 동물이며, 또 현실적으로도 먼 옛날부터 밭을 갈고 우유를 제공해 온 귀중한 존재라는 점에서 힌두교도들에게는 '삶 자체' 를 상징하는 의미를 가진다.

그 때문에 오늘날 자동차들이 쌩쌩 달리는 대도시 거리에서도 소떼는 아무 걱정없이 어슬렁거리고 있다.

힌두교도들은 코끼리도 신성시한다. 시바의 아들이자 지혜와 행운의 신인 가네샤는 배불뚝이 코끼리 형상을 하고 있다. 인도의 힌두교도들은 어릴때부터 수많은 힌두 신화를 들으면서 삶의 지혜를 배운다.

힌두교의 중심은 바로 인간의 영혼과 정신이다. 인도의 대표적 종교학자인 스리람 스와룹 (75) 은 "힌두교의 가장 기본적인 질문은 '나는 누구인가' 이며 이 질문을 반복한 결과 인간의 영혼은 신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고 말한다.

이 때문에 힌두교도들은 육신이 아닌, 신의 속성을 가진 영혼이 바로 진정한 자신의 모습이라 생각한다.

인도에는 힌두교외에도 많은 종교가 있다.

인도인중 11%는 회교도다. 인도 최대의 항구도시인 뭄바이의 한 바닷가에는 무굴 제국 당시에 건립된 회교 사원이 있다.

이 사원에 기도를 드리기위한 회교도 신도들의 발길은 일년내내 끊이지 않는다. 힌두교가 국교라 할 수 있는 인도지만 회교 사원은 인도 전역 곳곳에 많이 남아 있다.

인도내에서 힌두교도와 회교도의 갈등은 바깥에서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거의 없는 편이다.

이는 힌두교에 종교의 교리를 규정한 일정한 경전이 없으며, 그 안에서 이단의 개념도 없고, 다른 종교에 대한 박해도 없었던 역사적 전통과 무관하지 않다.

인도의 힌두교와 회교의 갈등을 만들어낸 것은 바로 '정치' 다. 현재 인도 북부 카슈미르 지역에서 파키스탄의 지원을 받는 회교도와 인도의 지원을 받는 힌두교도들이 대립하고 있는 것은 바로 정치가 종교적 갈등을 야기한 대표적인 예다.

인도인의 종교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시크교다. 인도 북부 펀잡주를 중심으로 확산돼온 시크교 교도들은 머리에 터번을 쓰고 다니며 예로부터 기골이 장대하고 전투를 잘해 세계 곳곳에서 용병 (傭兵) 으로 활약했다. 시크교도들은 주로 상업에 종사하고 돈을 잘버는 것으로 유명하다.

인도 뉴델리의 시내에는 첨탑이 모두 황금으로 만들어진 시크교 사원이 있을 정도로 이들의 재력은 상당하다.

이밖에 소수지만 기독교·불교·자이나교가 있다.

자이나교도들은 극도로 금욕적이며 살생을 절대 금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살생을 절대 하지않기위해 오로지 상업에만 종사하는 자이나 교도들도 알부자로 알려져 있다.

뉴델리·뭄바이 = 김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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