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인체실험 동참" 전세계서 밀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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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8세 대학생입니다.

에이즈 퇴치운동에 동참하겠어요. "

"43세 주부예요. 죽음도 두렵지 않아요. 에이즈만 정복할 수 있다면 내 한 몸 기꺼이 바칠 용의가 있습니다. "

20세기의 천형 (天刑) 에이즈도 죽음을 초월한 인류애에는 결국 굴복하고 말 것인가.

미국 '에이즈 치료의 (醫) 국제협회' 소속 의사들이 22일 살아 있는 에이즈 바이러스 백신주사를 맞겠다고 선언한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자원자들이 쇄도하고 있다.

미국내에서는 물론 호주.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멕시코.태국등 전세계로부터 동참을 희망하는 전화와 팩스.전자메일이 협회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자원자 가운데는 미성년자도 다수 포함돼 있어 에이즈 정복에 대한 인류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 협회의 조 주니가 사무부총장은 "목숨을 건 위험에도 불구하고 지원자가 속출하고 있다" 며 "우리에게 집중돼 있는 관심을 지속시켜 전세계 모두가 실험 추진에 큰 관심을 갖고 있음을 미 정부에 주지시키겠다" 고 의욕을 보였다.

그는 또 "미 국립보건연구소가 허가하지 않더라도 실험을 강행할 생각" 이라고 덧붙였다.

이 협회의 구상은 앞으로 1년내 실험에 착수하겠다는 것. 이를 위해 11월 에이즈 관련 국제학술대회에서 이 문제를 공식의제로 다룰 예정이다.

논란은 역시 안전성 문제. 생명을 잃으면서까지 무모하게 실험을 강행한다면 뒷말이 무성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협회측의 숨은 고민이다.

이에 협회측은 실험에 이용될 백신은 하버드의대 로널드 데로지에 박사가 원숭이에게 사용했던 것으로 사람에게 사용돼도 안전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원숭이에게 사용된 이 백신 자체에도 논란의 여지가 많다.

이 백신을 맞은 원숭이들 모두 건강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가 하면 또다른 실험에선 90%가 에이즈 초기증세를 보인 것이다.

데로지에 박사조차 "1백% 안전한 백신을 만들기란 불가능하다" 고 실토하고 있다.

그럼에도 협회는 "매우 위험한 실험이긴 하나 그 결과 매일 8천명의 감염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 몇사람의 목숨 쯤이야 충분히 걸만한 가치가 있는 일" 이라고 강조했다.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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