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박만호대법관,兄의 눈물의 뒷바라지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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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11일 임기만료로 퇴임한 박만호 (朴萬浩) 대법관의 애틋한 형제애가 화제가 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이날 오전10시 대법원 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 대법원이 이례적으로 朴대법관의 형 선호 (宣浩) 씨 가족을 공식 초청해 알려진 것. 朴대법관은 윤관 (尹관) 대법원장에게 형님 퇴임문집에 자신이 기고한 글을 보여주며 "95년 경북 의성초등학교 교장으로 퇴임하신 큰형님이 아버지나 다름없다" 고 특별히 요청했기 때문이었다.

육사를 지망했다가 신체검사에서 떨어지고 서울대법대에 낙방한 朴대법관은 대구사범과 청구대야간부에 동시 합격했으나 학비가 없어 재도전끝에 서울대법대에 합격한다.

그러나 대학 3학년때 지병인 폐결핵이 재발, 절망에 빠진다.

"보리밥도 먹기 힘든 시절이었는데 형은 나에게 매일 쌀밥과 계란을 구해다줬다.

그러나 병이 악화돼 3학년1학기를 마치고 마산의 국립결핵요양소로 가게 됐다.

나는 절망에 빠져 '동생 하나 없는 셈치고 편히 사십시오' 라고 형님에게 편지를 썼다.

동시에 함께 결핵을 앓던 둘째형님이 세상을 떴다.

그냥 죽기가 억울하다는 생각에 견딜 수 없었다…. "

朴대법관은 1년간의 투병 끝에 결핵을 이겨냈고 꾸준히 책을 놓지 않고 노력해 그해 고시 (13회)에 합격한 뒤 승승장구, 91년 대법관이 됐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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