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웰치 부부의 성공 어드바이스<98> 리더는 초지일관해야 할까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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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호 30면

Q.베트남에 참전했던 사람으로서 나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이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이 언제 끝날지 걱정입니다. 무한정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이 그 비용을 감당해 낼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내가 너무 비관적인가요?(미국 위스콘신에서 제리 헬머트)

“상황 변화 맞춰 전략적 말 바꾸기는 리더의 덕목”

A.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에 더 많은 미군을 투입해 확실하게 매듭짓겠다고 공약했습니다. 그는 약속대로 아프가니스탄에 미군 1만7000명을 더 파견한다고 합니다. 이 소식을 듣고 우리 부부는 적잖이 당황스러웠습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미국은 이른바 자유의 투사를 자임하며 낯선 땅에서 게릴라전을 벌인 전쟁에서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했습니다.

정치계에서 입장을 바꾸는 일은 금기입니다. 우리 부부는 언제부터 말 바꾸기가 부도덕한 행동으로 간주됐는지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2004년과 2008년 대통령 선거에서 몇몇 후보가 입장을 바꾸는 바람에 심하게 비판받았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습니다.

선뜻 이해하기 힘든 일입니다. 입장이나 전략이 현실과 어울리지 않으면 즉시 바꾸는 게 리더의 미덕이지요. 고집을 부리거나 변덕쟁이라는 비난이 두려워 기존 입장이나 전략을 고수한다면 더 큰 문제를 겪게 됩니다. 하루라도 빨리 결단을 내려 더 많은 사람을 설득해 감정적인 갈등이 촉발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리더가 말을 자주 바꾸는 게 좋은 일은 아닙니다. 가장 최근에 만난 사람이 누구인가에 따라 전략이 뒤바뀌는 리더도 있습니다. 이런 변덕스러운 리더를 따라야 하는 부하 직원들은 수고롭기 짝이 없습니다. 또 언론에 이야기할 때 다르고 직원들 앞에서 말할 때 다른 리더도 있습니다. 이런 리더는 아주 약한 사람입니다. 조직의 에너지를 순식간에 증발시킵니다.

대신 우리 부부는 적절한 유연성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상황이 바뀌어 리더의 생각이 변했다면 전략도 유연하게 수정돼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상황에 전략을 바꾸면 변덕이 아닌 유연성으로 받아들여질까요?

첫째, 새로운 실험이 성공한 순간입니다. 1990년대 제너럴 일렉트릭(GE) 사람들은 시장에서 1등이 아닌 제품이나 서비스는 폐기했습니다. 그런데 한 무리의 중간 간부들이 리더십 트레이닝을 받고 현업에 돌아왔습니다. 그들은 모든 제품이나 서비스가 1등을 해야 GE가 성장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다양한 성장 기회가 줄어든다고 여겼습니다.

대신 그들은 GE가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활용해 전체 시장에서 1등이 되는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그들은 다양한 제품을 동시에 팔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이 맡은 부서의 시장 점유율이 40%까지 높아졌습니다.

GE 경영진은 그들의 실험 결과에 주목했습니다. 회사 차원의 전략을 수정했습니다. 직원들의 시야가 그만큼 넓어졌습니다. 이전 같으면 폐기했을 제품을 개선해 내놓았습니다. 새로운 고객이 생겨났습니다. GE의 전체 실적이 더 좋아졌습니다. 경영진이 아주 유연하게 방향을 전환한 결과였습니다.

둘째, 거시경제적인 격변이 발생한 순간입니다. 스타벅스의 최고경영자(CEO)인 하워드 슐츠는 경제위기가 낳은 변화를 누구보다 빨리 간파했습니다. 그는 인스턴트 커피 등 스타벅스가 이전까지 무시했던 제품을 주목했습니다. 그는 한 잔에 1달러짜리 커피를 내놓았습니다. 스타벅스의 고급 이미지는 조금 퇴색했습니다. 하지만 회사 실적은 좋아지고 있습니다. 그의 전략 변화는 변덕이 아니라 타이밍이 적절한 유연함으로 평가됐습니다.

우리 부부는 아프가니스탄 추가 파병 문제에서 시작해 스타벅스 경영전략까지 이야기했습니다. 두서 없어 보이지만 핵심은 하나입니다. 리더가 말 바꾸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얻으면 곤란합니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면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도 리더의 덕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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