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대선후보들의 한심한 복지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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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국민소득 1만불을 넘어서면서 '삶의 질' 을 높여야 한다는 이야기를 누구나 한다.

또 삶의 질을 평가하는 잣대가 한 나라의 복지정책 수준이라는데에도 이의가 없다.

하지만 OECD에 가입한 우리나라의 복지수준은 같은 회원국인 유럽국가에 비해 50년 이상 낙후돼 있다.

그런데도 TV토론 등에서 나타난 대선주자들의 복지정책을 보면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복지정책에 대해선 질문하는 사람도 별로 없고 어쩌다 질문을 해도 성의껏 대답하는 후보가 없다" 는 것이 시청자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비단 대선주자뿐 아니다.

기자는 연초에 소위 배웠노라는 식자들이 대선쟁점들을 논의하는 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대선주자들의 복지정책안에 대해 견해를 물어본 일이 있다.

그러나 참석자들의 무관심속에 아무런 답변도 듣지 못했다.

"결국 누가 대통령감으로 적당하다고 생각하느냐" , "누가 대통령이 될 것 같으냐" 는 질문더미 속에서 기자의 질문은 허공의 메아리로 남았다.

실업문제.노후대책.의료보험.산재보험 그리고 교육정책과 가족계획 정책 등을 포함하는 복지정책은 인간의 기본권을 실현하는 핵심이다.

복지정책 없이 외치는 휴머니즘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그간 우리나라는 성장 일변도 경제정책에다 단기적 가시 효과만을 노려왔던 정치인들로 인해 '성장뒤의 분배' 라는 논리에 밀려 복지정책은 언제나 뒷전이었다.

이제 정작 복지정책을 통해 실현돼야 할 분배논리가 개방화에 따른 경쟁논리에 또다시 밀려날 위험에 몰려 있다.

물론 대기업과 공기업에 근무하는 많은 근로자들은 성장뒤 분배에 따른 혜택을 받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복지혜택을 받아야만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삶을 누릴 수 있는 소외계층이 많다.

혹자는 세계화의 물결속에 유럽의 복지국가들도 복지예산을 감축해 나가는 마당에 무슨 복지타령이냐고 반문한다.

그러나 그 나라들은 대부분 조세부담율이 50%선에 이르는 등 사회복지정책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큰데다 높은 실업률.노령화 등으로 인해 사회손실도 너무 크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기본적인 복지요구도 충족되지 못한 상황에다 아직은 성장률도 높고 젊은층도 월등히 많은 우리나라를 비교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어떠한 이유에서건 더이상 복지정책이 정책의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서는 국민들을 세계화의 경쟁논리에 동원시킬 수 없다는 것을 21세기 한국을 이끌어 갈 대통령이라면 인식해야 한다.

황세희 생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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