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철-동국제강 한보철강 인수' 정부-채권은행 입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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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와 채권은행들은 포철과 동국제강의 분할인수 의사를 한보철강처리에 숨통을 열어준 것으로 여기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매우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주무부처인 통상산업부 관계자는 "오늘 (28일) 아침에야 포철측으로부터 통보를 받았다" 며 "현재 우리도 포철이 제시한 인수방식에 대해 검토중이나 자세한 내용이 확인되기 전에는 뭐라 말하기 어렵다" 고 말했다.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도 "한보철강의 자산가치만 많이 쳐준다면 환영" 이라면서도 "오는 8월1일 한보철강 채권단 운영위원회에 부쳐봐야 수용여부를 알수 있을 것" 이라는 첫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포철과 동국제강의 분할인수방안은 정부와의 조율을 거친 결과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공기업인 포철이 이 정도의 사안을 정부와 사전교감없이 결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통산부는 현대가 한보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고로방식의 일관제철업 진출을 추진중이란 얘기가 나돌면서 한보의 빠른 정리와 고로 진출 불가라는 두가지 방침사이에서 고민해 왔던게 사실이어서 이같은 인수요청설을 설득력있게 뒷받침하고 있다.

강경식 (姜慶植) 부총리도 최근 "부실기업을 굳이 기업단위로 새주인에게 넘기기가 어렵다면 자산가치만을 따져 팔아버리고 남은 빚은 금융기관들이 떠맡는 방식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고 말해 한보철강의 처리방식이 정부내에서 긴밀히 논의됐음을 시사했다.

물론 이 방식에도 문제들은 첩첩산중이다.

가장 큰 문제는 채권금융기관들의 동의 여부다.

포철과 동국제강은 한보철강의 권리.의무, 특히 채무부분은 떼놓고 자산만 값을 쳐서 인수하겠다는 것. 이렇게 되면 한보철강의 영업권 (채권은행단은 약1조원으로 생각함) 이나 받을 채권 (약9천억원) 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채권단은 안건회계법인의 실사결과를 토대로 한보철강의 자산은 4조9천7백29억원, 부채는 6조6천54억원으로 평가하고 있다.

빚이 1조6천억원이상 더 많지만 새주인에게 한보의 영업권을 제값대로 받으면 큰 피해없이 해결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자산만 쪼개서 팔게 될 경우 엄청난 차질이 생긴다.

포철이나 동국제강이 채권단이 제시한 자산가치를 그대로 인정할리 없고 최대한 깎으려할 것이기 때문. 예컨대 자산가치를 포철과 동국이 합쳐 4조원에 가져가려할 경우 채권단은 2조6천억원이상을 고스란히 떼여야 한다.

인수자가 없어 빚을 하염없이 떠안고 가는 경우와 당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처분하는 경우의 득실 (得失) 이 채권단의 판단기준이 될 것이다.

대체로 덩치가 큰 시중은행들은 그런대로 충격을 줄일 수 있어 '팔자' 는 입장을 택할 전망이나 규모가 작은 지방은행이나 종금등은 사활이 걸린 문제여서 반발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한보철강 부도이후 법에 의해 관리를 맡고 있는 법원이 이같은 해결방식을 받아들일 것인지도 지켜봐야 하며, 한보철강 협력업체들이 못받은 납품대금이 공중에 뜬다는 문제등 풀어야할 숙제는 한둘이 아니다.

어쨌든 이런 난제들을 풀어내고 한보철강의 자산분할매각이 실현될 경우 부실기업처리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재훈.송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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