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금융위기]8.투기자금 '8월 개입說' 확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동남아 외환거래의 중심지 싱가포르. 이곳의 각국 외환딜러들은 요즘 여름휴가를 언제 가야할지 고민이다.

태국의 바트화, 인도네시아의 루피아화, 말레이시아의 링깃화의 움직임이 심상찮기 때문이다.

또 태국.인도네시아의 각 은행에는 8월이 다가오면서 환율전망을 문의해오는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현지진출 국내기업들은 거래은행에 하루에도 몇차례씩 환율변동을 묻고 있다.

그러나 아무도 자신있는 대답을 해주진 못하고 있다.

객관적 데이터보다 시장 심리나 분위기에 의해 환율이 출렁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도네시아에서는 지난주부터 한달간 외환딜러들의 점심시간을 늦추거나 앞당기는 은행도 나오고 있다.

한시간 빠른 싱가포르에서 투기자금 (헤지펀드) 들이 의도적으로 자카르타의 점심시간대를 노려 루피아화를 집중적으로 던진다는 소문이 쫙 퍼졌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주초의 루피아화의 급격한 절하는 자카르타의 점심시간에 주로 이뤄졌다.

시장에 불안감이 퍼지자 태국중앙은행 (BOT) 과 인도네시아중앙은행 (BI) 은 계속 달러화를 풀면서 절하속도를 늦추느라 안간힘이다.

인도네시아 외환은행의 최종옥 (崔鍾玉) 부장은 "BI가 달러당 2천6백82루피아를 저지선으로 삼아 개입하고 있지만 헤지펀드들이 자꾸 이선을 넘보고 있어 8월말까지 지켜질지가 주목된다" 고 말했다.

동남아 각국의 외환딜러들이 8월을 불안해하는 것은 헤지펀드들의 움직임 때문이다.

헤지펀드들은 1~3개월전 바트화.루피아화.페소화.링깃화등을 선물 (先物) 거래를 통해 미리 팔아넘겼는데 이에 대한 현물결제일이 8월에 집중돼있다.

따라서 8월중 싱가포르를 비롯한 각국 외환시장에서는 달러화가 넘치고 각국 통화가 모자랄 가능성이 크다는 것. 싱가포르의 일본계 S은행 외환실장은 익명을 요구하며 "조지 소로스가 8월중 바트화를 다량으로 사들인다는 소문이 있는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바트화는 일시적으로 달러당 28~29바트까지 오를 수 있다" 고 말했다.

만일 바트화가 경제여건에 비해 과대 평가되는 수준까지 오를 경우 다시 투기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소위 '8월 위기설' 의 근거다.

투기자금의 움직임에 의한 순간적인 절상, 그리고 시세차익을 노린 매도세가 이어지면 환율은 또 한바탕 요동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바트화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통화에도 똑같이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이와함께 7월말~8월중순 미국.유럽계 은행 딜러들의 휴가철이 집중돼 있는 것도 불안요소가 되고 있다.

이때는 시장참여자들이 적기 때문에 투기자금 한 두곳이 돌출행동을 하면 시세가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 각국의 중앙은행은 이같은 불안감을 진정시키기 위해 공동대처에 나서고 있다.

이미 아시아.태평양지역 11개 중앙은행총재들이 상하이 (上海)에 모여 대응책을 논의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앙은국.유럽계 은행 딜러들의 휴가철이 집중돼 있는 것도 불안요소가 되고 있다.

이때는 시장참여자들이 적기 때문에 투기자금 한 두곳이 돌출행동을 하면 시세가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 각국의 중앙은행은 이같은 불안감을 진정시키기 위해 공동대처에 나서고 있다.

이미 아시아.태평양지역 11개 중앙은행총재들이 상하이 (上海)에 모여 대응책을 논의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앙은행의 협조개입을 그리 미덥게 보지 않는 듯하다.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헤지펀드의 힘이 워낙 막강한데다 각국의 외환보유고가 그리 많지 않아 자국통화를 지키는데도 힘겨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이 개입해 달러를 풀면 반짝 효과는 있다.

그러나 경제여건이 안좋으면 아무리 보유외환을 풀어도 한계가 있다.

경제의 체질을 다지는 장기정책을 제대로 써야 시장의 불안심리를 진정시킬 수 있다. " (인도네시아 비라은행 클레멘트 부행장) "헤지펀드는 거대한 규모이므로 어느 나라도 단독으로 대항하긴 힘들다.

무엇보다 경제회복을 위한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펴는 것이 중요하다. " (타이 파이낸스앤드시큐리티즈 비치엥 부회장) 결국 투기자금은 경제여건이 안좋고 시장이 불안한 곳을 집중적으로 노리기 때문에 궁극적인 방어책은 역시 경제의 체질을 다지는 길밖에 없다는 지적들이다.

싱가포르 = 남윤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