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북 중유지원 대금 한국-일본에 분담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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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 정부가 최근 대북 (對北) 중유지원 대금의 분담을 한.일 양국에 요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이같은 요구는 "한.일 양국이 대북 경수로 사업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는 대신 미국이 중유지원을 전담한다" 는 한.미.일간 묵시적 양해를 깨는 것이어서 3국간 외교마찰로 비화될 전망이다.

외무부 관계자는 20일 "미국이 지난주초 워싱턴 대사관을 통해 97년도 중유대금중 4백만달러 (약 32억원) 의 분담을 요구했다" 며 "일본에 대해선 1천만달러 (약 80억원) 이상의 분담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 고 전했다.

그는 "미국이 일본에 이같은 요구를 한 적은 있지만 우리 정부에 공식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 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지난해 미국의 요청을 받자 "중유대금을 직접 제공할 수는 없다" 며 1천9백만달러 (약 1백52억원) 의 일반채권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KEDO)에 제공했고, 미국은 이 채권을 담보로 중유를 제공한 바 있다.

일본은 그러나 미국의 똑같은 요청을 받은뒤 "더 이상 중유대금을 분담하는 것은 곤란하다" 며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외무부 고위관계자는 "미국은 지난 4월 '중유 대신 식량으로 지원하자' 고 제의한 바 있으며 '한.일 정부가 경수로 사업분담금을 전액 부담하라' 는 요청도 하고 있다" 며 "본격 경수로 분담금 협상을 앞두고 제네바 협상 당사자로서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자세" 라고 비난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 정부는 미국의 요청을 받아들일 경우 선례가 돼 앞으로도 우리가 중유지원을 계속 떠맡게 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 입장" 이라고 말했다.

그는 "4천5백만 달러 (약 3백60억원)에 달하는 경수로부지 착공비용을 사후 정산조건이지만 현재론 한국이 전액 부담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전담키로 약속한 중유비용을 한국이 부담할 수는 없다" 고 덧붙였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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