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전세市場은 비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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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서울노원구상계동 주공아파트 4단지에 사는 徐모 (37) 씨는 요즘 곤혹스럽기 짝이 없다.

분양받은 하계동 청구아파트 32평형에 입주해야 하는데 살고 있는 아파트의 전세가 빠지지 않아 두달째 이사를 가지 못하고 있다.

徐씨는 당초 새 아파트 입주에 맞춰 지난해 6월중순 1년간 전세계약을 맺었으나 전세를 보러오는 사람이 전혀 없다.

요즘 아파트 전세시장은 이처럼 심한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물론 지금이 전형적인 비수기라지만 예년 같으면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간간이 거래되던 전세가 올해는 6월 이후 완전히 끊겨 이사계획에 심한 차질을 빚는 사람들이 많다.

부동산 중개업계는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정한 2년계약이 정착돼 이사 간격이 벌어진데다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물량이 크게 늘어 전세시장을 위축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최근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다가구.다세대주택과 오피스텔이 소형아파트 전세수요를 많이 끌어들인 것도 이를 촉진시킨 한 요인으로 꼽힌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7월부터 9월까지 전국에 입주할 새 아파트는 6만7천5백가구이며 이중 수도권은 3만9천가구에 이른다.

전세가 빠지지 않아 이사에 애로를 많이 겪는 곳은 서울 노원구일대. 6월부터 하계동 청구아파트 2천1백여가구의 입주가 시작된데다 이달말 역시 하계동 현대아파트 7백30가구의 완공을 앞두고 한꺼번에 전세물량이 쏟아지면서 이 일대 전세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상계동 럭키부동산의 박하순씨는 "전형적인 비수기인데다 인근에 신규아파트가 많이 나와 전세를 빼려는 기존 단지 주민들이 아우성을 지르고 있다" 며 "전세값을 내리지 않으려는 집주인들의 심리 때문에 여름 휴가철이 끝나도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 이라고 내다봤다.

양천구 목동단지도 사정이 비슷하다.

항상 전세수요가 많았지만 올해는 매물이 넘쳐나 전세구하기가 쉽고 게다가 전세값도 내려 32평형의 경우 올봄보다 5백만~1천만원정도 싸다.

용인시수지읍죽전리일대에서 입주가 시작된 대진 (5월).동성 (6월).벽산 (7월) 아파트 2천여가구는 인접한 분당신도시와 수지지구의 기존아파트 전세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봄 최고 1억1천만원에 이르던 분당신도시내 32평형짜리 아파트가 지금은 9천만원이면 좋은 매물을 골라 잡을 수 있으며 수지지구는 8천5백만원선에도 매물이 널려 있다.

부동산중개업소들은 하나같이 "도대체 집보러 오는 발걸음은 전혀 없고 내놓으려는 사람들만 많다" 며 "중개업소마다 수십건씩의 전세매물을 쥐고 있다" 고 전했다.

이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전세를 빼려는 세입자들과 집이 나가지 않아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집주인간 다툼이 잇따르고 있다.

지방도 마찬가지. 부산등 대도시권의 전세시장은 몇달째 매기가 없다.

신규 아파트가 대량 쏟아져 나와 값도 내림세다.

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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