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로가는길> 4. 과학기술 분야 (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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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쑤시개에서 인공위성까지" 인도에서 생활하는 한국인들이 인도의 산업.기술 능력을 말할 때 흔히 쓰는 표현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백달러 정도로 사는 겉모습이 가난하다고해서 인도의 과학기술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인도는 지난 60년대 전투기를 자체 개발해 생산했으며 최근에는 인공위성을 자체 기술로 쏘아올린 나라다.

핵기술도 이미 선진국 수준이다. 항구 도시인 뭄바이의 새 항만 근처에는 인도의 자체 기술로 건설한 원자력발전소가 자리잡고 있다.

전력 사정이 지극히 나빠 대도시에서도 전기가 나가기 일쑤인 인도에서 뭄바이의 전력 사정이 가장 좋은 편에 속하는 것은 이 발전소 때문이다.

인도의 과학.산업위원회 사무총장인 R.마쉘카 박사는 "올해부터 시작된 9차5개년 (97~2001년) 경제계획 기간중 주요 지역에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늘리는 것이 주요 목표중 하나" 라고 말한다.

인도가 이처럼 높은 기술수준을 보유하게된 것은 지난 47년 독립 당시 초대 총리였던 자와할랄 네루가 일찍이 중공업 우선 정책을 밀어부쳤기 때문이다.

네루 총리는 동서 냉전속에서 인도를 비동맹의 맹주로 키워나가기위해 국방.군사 관련 기술을 우선적으로 육성시켰다.

오늘날 인도의 과학 기술중 앞서 있는 분야가 주로 국방및 군사 관련 기술인 것은 이때문이다.

반면 소비재 관련 상품 기술은 국제수준에서 한참 뒤처져 있다.

이는 인도가 개방에 나선 지난 91년까지는 '자급자족' 을 목표로한 사회주의식 계획경제를 고집해왔던 탓도 크다.

인도를 드나들며 무역중개업을 하고 있는 전창 (田昌.문수 무역대표) 씨는 "인도의 소비재 관련 기술은 뒤죽박죽이다.

예컨대 TV 브라운관을 만들수 있는 인도 기업은 많지만 TV를 켜는 스위치를 제대로 만드는 인도 기업은 없다" 고 말한다.

인도 거리에서 아직도 흔히 볼 수 있는 자동차 '앰배서더' 를 봐도 인도 과학기술의 양면성을 잘 알수 있다.

인도가 이 자동차를 자체 기술로 생산한지 무려 4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내부 부품등은 형편없는 수준이다.

모든 내부 설비가 수동식인 것은 물론 에어컨도 부착돼있지 않다.

최근 인도의 중상류층 가정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고 있는 TV.냉장고등도 고급품은 거의 모두가 한국.일본등 외국기업들이 만든 것이다.

소비재 산업분야에 있어 인도의 기술수준은 그야말로 걸음마 단계다.

그러나 최근 몇년사이 인도가 세계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상업적 과학 기술로 떠오른 분야가 있다.

바로 컴퓨터 소프트웨어 기술이다.

인도 최대의 타타 그룹이 세운 컴퓨터 소프트웨어 회사인 타타 ELXSI의 무랄리다르 코데쉬와 부장은 "국방.군사기술 분야에서 일하던 컴퓨터 엔지니어들이 대거 소프트웨어 산업에 뛰어들면서 인도의 컴퓨터 소프트웨어 산업은 자연발생적으로 성장하게 됐다" 고 말한다.

인도의 컴퓨터 소프트웨어 산업은 데칸 고원에 있는 뱅갈로르를 중심으로 최근 연 60%에 달하는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인도의 컴퓨터 소프트웨어 수출액은 6억4천9백만달러에 이른다.

뱅갈로르에는 미국의 IBM.모토로라등을 비롯, 독일 지멘스등 다국적기업들이 값싸고 풍부한 인도의 소프트웨어 개발인력을 활용하기 위해 대거 진입해 있다.

뱅갈로르의 한구역에는 수많은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구역 구역마다 들어서 있어 미국의 '실리콘 밸리' 를 방불케한다.

뱅갈로르에 진출한 LG소프트웨어 개발 센터의 김영찬 부장은 "현재 고용중인 10여명의 인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며 "이들의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 이라고 말한다.

뉴델리.뱅갈로르 = 김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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