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동심 울린 황소개구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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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며칠 전 초등학교 3년생인 딸 아이가 출근하는 나에게 눈을 크게 뜨고서 "교실에서 이상한 일이 생겼어요!" 라고 말했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아이는 교실에 어항이 하나 있는데 청소하던 친구가 어항을 들여다 보니 그 안에서 자라고 있던 여러 마리 올챙이들 가운데 덩치가 큰 두 마리만 남고 나머지는 감쪽같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황소개구리 올챙이가 다른 올챙이를 모두 잡아먹은 것이다.

올챙이를 어항 속에 기른 것은 아마도 선생님께서 도시에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 올챙이가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현장감 있는 교육을 하려는 선생님의 목적에 따라서였음을 알 수 있다.

나 역시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랄 때 봄철 들판에 나가면 꼬리가 달린 올챙이를 보고 즐거워했다.

우리 속담에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는 말처럼 올챙이가 자라 개구리가 되는 모습이 무척 신기했다.

딸아이 역시 올챙이가 어항 속에서 자라는 모습이 신기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이번 일로 실망이 컸나 보다.

딸은 얼마 전 텔레비전 뉴스에서 많은 사람들이 황소개구리 소탕작전을 벌이는 것을 보고서 황소개구리에 대해서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딸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나에게 황소개구리는 어느 나라에서 들여온 것이냐고 물었다.

그 순간 나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나중에 이야기해 줄테니 그만 학교에 가라고 했다.

지난 70년대에 일본에서 식용으로 들여온 황소개구리의 유래를 어린 아이가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는 데에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민.관이 함께 열심히 황소개구리 잡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황소개구리를 어떤 목적으로 수입해 들여왔는지를 탓하기 전에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는 황소개구리와 그 올챙이를 빨리 없애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출근을 서둘렀다.

김영대〈부천시원미구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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