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 정기검사 받는데 시간 너무 오래 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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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11일 교통안전공단 해운대검사소에서 승용차 정기검사를 받고 나오던 김백용 (37.회사원.부산시동래구사직동) 씨는 '검사 한번 받기위해 두시간씩이나 시간을 낭비해야 하고 이토록 고생해야 하느냐' 는 생각이 들자 은근히 화가 났다.

서류접수에만도 20~30분씩 걸리는데다 검사대앞에서 또 다시 한두시간을 기다려야 겨우 검사를 받을 수 있기 때문. 어디 그 뿐인가.

3백평 남짓한 검사장에는 서류접수를 하기위해 접수창구로 가려는 차량들, 접수를 끝내고 검사장으로 옮겨 가려는 차량들이 서로 뒤엉켜 신호등 고장난 도심 한복판의 교차로를 연상케 할 정도다.

검사장 주차규모는 50여대에 불과한데도 검사를 받으려는 각종 차량들이 계속해서 몰려 들기 때문. 접수장 안도 혼잡하기는 마찬가지. 8평 남짓한 대기실안에 40~50명이 몰려 접수창구 3곳앞에 줄지어 기다리는 탓에 서 있을 곳 마저 찾기 힘들 정도다.

때문에 서류를 작성할 수 있는 자리도 찾기 힘들어 경쟁이 벌어진다.

겨우 접수를 끝내면 검사를 받기위해 또다시 오랜 시간을 차속에서 기다려야 한다.

이런 '고행' 끝에 받게 되는 매연.브레이크등 8개 항목의 검사는 불과 10여분만에 끝난다.

부산에는 검사소가 이곳말고도 사하.주례검사소등 두곳이 더 있으나 쉽게 찾을 수 없는 곳에 있어 하루 8백~9백대의 차량들이 해운대로 몰리고 있다.

교통안전공단측은 "시간당 50대정도가 적정수준인데도 낮시간에는 1백대이상 몰리고 있다" 며 "차량은 엄청나게 늘어나지만 검사소 증설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 이라며 대책마련에 어려움을 나타냈다.

그러나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은 "자동차 기술이 옛날보다 향상된 요즘에도 출고된 지 3년에 한번, 그리고 그후 2년마다 정기검사를 받아야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고 지적한다.

또 "대부분의 승용차 운전자들이 스스로 알아서 정비하고 있는데 형식적인 정기검사를 받는 것 자체가 경제손실" 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기점검제를 폐지했지만 아무런 이상이 없듯이 정기검사제도 폐지해야 한다" 는 주장이다.

부산 = 원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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