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수수 파문 신한국당 경선에 어떤 영향 주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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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신한국당 경선의 금품수수 파문에서 정치권의 관심은 사실여부 못지않게 이번 사태가 경선승부에 미칠 영향에 집중되고 있다.

사안의 본질보다 어느 후보가 유리해지고 어느 후보가 불리해졌느냐 하는 득실에 더 큰 비중을 두는 것이다.

이번 파문이 적어도 현재까지는 후보간 순위를 바꿀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고 있다는게 지배적 관측이다.

선두 이회창 (李會昌) 후보가 이번 일로 상처는 입었지만 추락해 버렸다고 보는 사람은 없다.

문제를 제기한 박찬종 (朴燦鍾) 후보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상대적으로 부진한 것으로 평가되는 그의 위상에 급격한 변화가 올 것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대의원들은 朴후보가 가지고 있다는 증거를 보고 나서야 그게 자신들의 선택을 좌우할만한 '물건' 인지 여부를 판정할 것같다는게 일부 위원장과 당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국외자인 다른 5명의 후보들에게도 큰 영향을 줄 것같지는 않다.

약간씩의 반사이익을 봤다고 계산할지는 모르나 그렇다고 즐길 일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신한국당에 대한 평가가 낮아지고 주된 쟁점에서 5명의 후보가 소외된데서 오는 손해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을 선거전문가들은 하고 있다.

다만 경선승부의 유동성 (流動性) 은 더욱 커졌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부동표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더구나 사태가 수습국면으로 전환될지, 아니면 파문이 확대될지조차 아직은 불투명한 상태다.

무엇보다 박찬종후보가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증거가 얼마나 구체적으로 금품수수를 입증할만한 것인지가 드러나야 하는데, 朴후보는 이를 조기에 완전 공개할 의사는 없는 것같다.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朴후보는 나름대로의 시간표를 가진 인상이다.

그리고 그 시간표가 당 경선관리위 또는 이회창후보측에서 희망하는 수습일정과 같은 내용이 아닌 것도 분명하다.

朴후보는 앞으로도 자신의 증거가 갖는 파괴력이 극대화되는 상황으로 몰고가려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태가 엉뚱하게 번질 가능성도 있다.

이수성 (李壽成) 후보측은 "금품수수설과 괴문서파동을 포함한 의혹의 19일전 규명" 을 요구하며 "아니면 중대결의를 하겠다" 고 가세했다.

단순히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하자는 취지라면 별일 아니지만 이를 명분으로 삼아 경선불복 또는 불참의 수순밟기에 들어갔다면 이 역시 중요한 변수가 된다.

따라서 경선까지는 불과 5일밖에 남지않았지만 격변의 고비는 앞으로도 많이 남아있다고 해야겠다.

그래서 흐름을 누가 잡을지에 대한 성급한 예단보다 지켜보는 인내가 아직은 필요한 시점인 것같다.

김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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