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겁먹지 말고 대비 철저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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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이 온 주민을 굶겨가면서도 전쟁준비는 철저하게 하고 있다는 것은 다 알고 있던 일이지만 황장엽 (黃長燁) 씨의 경고는 새삼 우리에게 전쟁의 가능성을 실감케 했다. 북한이 5, 6분만에 서울을 잿더미로 만들고, 일본에 대해서도 미사일공격을 한다는 등의 시나리오는 우리를 경악케 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북한이 비록 전쟁준비를 끝냈다 해서 그들 마음대로 전쟁을 일으킬 수는 없다. 우리가 그들의 도발에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면, 또 그들이 싸움을 걸어올 때 완벽하게 보복.괴멸시킬 복안이 마련돼 있다면, 그들이 자살을 택하지 않는한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 즉 전쟁이 발발하느냐의 여부는 그들의 전쟁준비에 달린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얼마나 대비하고 있느냐에 달린 우리의 문제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당연히 우리 군 (軍) 의 대비태세가 제일 중요하다. 북한의 방사포나 장거리포에 대한 위협은 다 알려진 일이어서 군의 발표대로 이미 그에 대한 대비책은 내부적으로 당연히 있을 것으로 안다. 그러나 회견이 있자 전쟁대비기획단을 만드느니 하는 식의 즉흥적인 대응으로는 국민을 안심시킬 수 없다. 서울이 잿더미가 되고 난 뒤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소박한 의문도 풀 수 없기 때문이다. 무조건 방비가 돼 있다 할게 아니라 초기피해를 어떻게 최소화해야 하는지, 국민은 어떤 각오와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솔직하게 알릴 것은 알려야 한다. 군 역시 조기경보체제, 전자장비의 확보등 대비할 일이 많을 것이다. 특히 우리 군의 사기 (士氣) 를 북돋우는 조치나 배려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기습공격과 후방침투는 우리 내부가 단단치 못할 때 가능한 것이다. 우리 사회가 내부적으로 혼란스럽고, 이념적으로 흔들릴 때를 상대는 기회로 삼는다. 그들이 비록 기습공격을 가해 와도 우리가 단단히 뭉쳐 있고 사기가 충천해 있다면 능히 극복할 수 있다. 결국 전쟁은 우리의 자세여하에 달렸다. 전쟁이 나더라도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그들이 전쟁을 못 걸어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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